기사 작성 교육을 받으며 글을 써볼 수 있다는 모집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글로벌e 대학생기자에 지원했다. 기자활동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고 깊이 있는 경험이었다.선발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당일 필기, 토론, 면접까지 빠르게 진행됐고, 시험을 볼수록 '정말 붙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운 좋게도 합격 소식을 들었다.수업에서는 글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명확하고 간결하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어렴풋이 알던 사자성어나 단어의 뜻도 쉽게 풀어주었다.데스크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수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이 난제에 1기 면접에서 "여기서 이유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대학생기자 생활은 기자가 되려는 이유를 찾는 여정이었다.학보사 기자 때는 늘 마감에 쫓기다 보니 좋은 글쓰기는 미뤄졌다. 수업은 이런 나를 반성하게 했다.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수 없이 퇴고하고 더 나은 표현이 나올 때까지 수정했다. 잘 쓴 듯한 기사도 수정할 게 산더미였다. '피칠'은 좋은 기사를 만드는 여정이었다.첫 기사는 '산업재해' 이슈였다. 여러 기관의 보도자료를 탐색했다. 해외 자료도 빠짐없이 참고했다. 백지는
잘하고 있는지 불안했다.' 대학생기자 1기 모집' 공고를 보고도 망설였다. 기자가 되고 싶어 이곳저곳 참여했지만 막막했다. '태어난 김에 기자 하자'는 공고 제목에 용기가 났다. 필기와 면접에 잔뜩 긴장했지만 토론에선 신이 났다. 공부한 주제가 나와 주장하는 것도, 반박하는 것도 즐거웠다. A4 네 페이지를 빼곡히 필기할 정도로 집중했다. 시험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첫 기사 '공정경제 3법' 기사를 준비하며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쓰라"는 팁을 받았다."길게 쓴다고 친절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데스크의 말에
처음에는 데스크가 대학생기자들을 직접 지도한다는 게 와닿지 않았다. '기자수업'을 하는 곳도 없으니 말이다. 글쓰기 원리를 하나씩 배울 때마다 더 알고 싶은 게 생긴다. 그럴 땐 무엇이든 물어보면 된다. 대학생기자도 기사를 쓰는 동안은 어엿한 기자로 대우한다.기사 쓸 기회도 피드백 받을 기회도 편집 과정을 볼 기회도 많다. '김경하 기자'로 네이버와 다음에 기사가 송출된다. 월간지에도 실린다. 는 매거진을 발행하는 몇 안 되는 언론사다. 아이템 기획회의부터 교정까지 전 과정을 경험한다.'중대재해와의 전쟁'을 심층 분석한
1년 반 애정을 갖고 교내 스포츠매거진 기자 생활을 했다. 아이스링크장에서 입김을 뿜어가며 취재할 때도 즐거웠고 글쓰기도 재밌었다. '문소윤 기자'가 새겨지기까지 데스크와 사진기자, 인터뷰이의 도움은 필수였다. 이 호흡이 그리워 학교 포털에서 글 쓰는 활동을 찾다 '글로벌e 대학생기자 1기' 모집공고를 발견했다. 자기소개서는 필요없고 선착순 지원이었다. 치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홀린 듯 지원했다."시험을 보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식사자리에서 데스크가 한 역설이 신선했다. 지원은 쉬웠지만 시험은 녹록치 않았다. 필기-토론-면접
★세모녀 가정과 삼부자 가정이 결합해 새 가정을 이루었다.'삼부자'는 아빠와 두 아들을, '세모녀'는 엄마와 두 딸을 뜻한다. '부자' 앞엔 한자어 '삼'이 '모녀' 앞엔 우리말 '세'가 붙는다. 아무도 '세부자', '삼모녀'라 하지 않는다. '삼형제'를 '세형제'라 하지 않고, '세자매'를 '삼자매'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삼남매'도 '세남매'라고 하지 않는데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경우에 '세'를 쓰는 것일까? '세모녀'는 '삼부자'와 달리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말이다. 언중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통
*보행신호에 걷는 40대 '여성'을 치고 도주한 30대 '남성' 운전자가 경찰에 체포됐다.'여성', '남성'이 남발되고 있다. '여자', '남자'라고 쓸 데 '여성', '남성'을 쓰는 오류가 잦다. 특정인을 '여성', '남성'으로 쓰는 오류는 유독 기사에서 많이 나타난다. 기자들의 대표적인 나쁜 글버릇이다. '여성'이 '여자'의 높임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근거가 없다. 여성이 높임말이면 '여자선생님' 대신 '여성선생님'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여성선생님'이 어색하듯 '여성 대통령'도 '여자 대통령'이라 하는 것이 맞다. '여
서귀포칠십리(西歸浦七十里)는 조선시대 정의현청이 있던 현재 성읍마을에서 서귀포구까지 거리다. 1416년(태종 16년) 안무사 오식(吳湜)이 제주도를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으로 나누고 1423년(세종 5년) 안무사 정간(鄭幹)이 정의현청(고성)을 현재 표선면 성읍마을로 옮기면서 70리가 됐다. 1653년 제주목사 이원진의 에서 서귀포는 정의현청에서부터 서쪽 70리에 있다. 원나라에 조공을 바칠 때 순풍을 기다리던 후풍처였다. 서귀포칠십리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37년 남인수가 를 부르면서부터다. 바닷물이 철석
'동화' 〈성냥팔이소녀〉 이후 180년,'영화' 〈전태일···〉 이후 30년이 지나도중대재해가 사라지지 않는 무서운 '실화'1996년 신입생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데모'란 걸 해봤다. 연세대에서 촉발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고 부산에 있던 나도 선배의 권유로 동참하게 됐는데 어쩌다 친구와 선두에 섰다. 교문 바로 뒤 '넉터'까지 밀리다 무력진압으로 아수라장이 되자 친구는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짜증이 났다. '내 처지에 무슨 데모씩이나···' 7남매 다섯째로 학비 걱정에 아르바이트 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는 내게 시위는 사치였다.
일요일 오후였을 것이다. 서울 화곡역사거리(5호선이 개통되기 한참 전인 1980년대 중반엔 뭐라 불렀는지 기억이 없다)에 동네사람이 죄다 몰려나와 한 곳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봇대 꼭대기 뒤엉킨 굵은 전깃줄에 매달린 것은 사람이었다. 옷인지 살갗인지 까맣게 탄 껍질이 벗겨져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데 펴지 못한 한쪽 팔만 힘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전봇대 아래 작업복 입은 남자가 주저앉아 주먹으로 땅을 치며 오열하는 것도 보았다. 이튿날 조례 때 담임선생님이 전기공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잠시 눈을 감자"고 했다. 전날 정전으로 촛불
고려 때 문인 최자의 《보한집》에 의로운 개(義犬)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의 전북 오수면에 사는 김개인이 키우던 개와 외출해 술을 먹고 돌아오다 숲에서 골아떨어졌다. 그 사이 들불이 번져 주인이 위태로워지자 개가 냇가를 수백 번 왕복하며 몸에 적신 물로 불길을 막다 지쳐 숨지고 말았다. 잠에서 깬 주인이 몹시 슬퍼하며 개의 주검을 묻고 지팡이를 묘비로 꽂았다. 신기하게도 지팡이는 나무로 자랐고 '개 오(獒)'와 '나무 수(樹)'를 합한 지명 '오수(개나무)'가 여기서 유래했다. '오수의견(獒樹義犬)'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실렸을 만큼
"2030년까지 블루수소·화이트바이오·친환경화학소재사업 비중을 확대한다."2007년부터 윤리, 환경, 사회적 책임 활동과 성과를 담은 를 발간한 HD현대오일뱅크는 2022년부터 재무 실적과 ESG활동을 포함한 통합보고서를 발간했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내년부터 ESG 공시가 의무다. 20조 자산을 자랑하는 HD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기업인데도 ESG보고서를 꾸준히 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Net-Zero)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을 추진한다. 공정 최적화, 수
끊임없이 더 나은 나를 갈망하고 늙음을 두려워해본질보다 껍질에 집착하는 사회 젊음과 아름다움을 조장하는 엔터산업과 허상을 좇는 대중 욕망의 끝이 파괴와 혐오임을 알면서도 거짓된 아름다움은 고착화된다.껍데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아주 잔인하고 솔직하게 거울을 들이미는 영화와우! 지난해 칸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진 를 만났다. 미친 아이디어의 SF적 발상, 육신을 갈아넣은 두 배우의 광기 넘치는 연기, 하드코어(hard core)와 고어(gore), 구토를 불러일으키는 비주얼, 경종을 울리는 탄탄한 메시지까지. "진짜 미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신제품을 경쟁사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예정일보다 '더' 빨리 출시했다.'보다'와 호응할 것 같은 '더'는 군더더기다. '꽃보다 남자'를 '꽃보다 더 남자'로 쓰면 이상하기까지 하다.'더'를 쓴다고 '더'를 생략했을 때보다 '더' 한 게 아니다. '더'를 빼면 문장이 깔끔해진다.→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신제품을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예정일보다 빨리 출시했다.'더'의 불필요한 사용 습관은 아마도 영한번역에서 생긴 것 같다.My brother is taller than I*형은 나보다 키
'법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법무부, 국방부에 장관, 차관이 있고 다른 직급도 있으므로 장·차관도 부처명과 직급명을 띄어 쓰는 것이 문법적으로는 맞는 줄 알지만 장·차관은 해당 부처에 소속된 일원보다 정부 각료의 종류이자 국무위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법무부장관', '교육부장관'으로 붙여 쓰는 게 맞다. '문화재청장'을 '문화재청 장'으로 띄어 쓸 수 없고 '법무부장관', 국방부장관을' '법무장관', '국방장관'이라고도 하는데 '법무 장관', '국방 장관'으로 띄어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두환 정권', '박근혜
*사장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선 '양치기소년'이란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회자'를 '回字'쯤으로 생각하고 말이나 글(字)이 소문처럼 도는(回)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잘못이다.회자는 한자로 '膾炙'다. '膾'는 생선이나 고기(肉)를 썰어 모은(會) 형태이고, '炙'는 고기(肉)를 불(火)에 굽는 모습이다.'회자'는 '회와 구운 고기'처럼 '칭찬'을 받으며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뜻한다. 예나 지금이나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는 회와 (육)고기인 것이다. 그러니 '회자된다'를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말에 쓸 수 없다. → 사장을
*각 소대별'각'과 '별'을 함께 쓰면 중복오류다.둘 중 하나를 빼는 것이 맞는데 '각'을 빼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소대별'각'과 '씩'도 함께 쓰면 중복오류다.*각 한 병씩'각'과 '마다'도 함께 쓰면 중복오류다.*각 부서마다둘 다 '각'을 빼는 게 낫다.→ 한 병씩→ 부서마다'매'와 '마다'도 함께 쓰면 중복오류다.*매일마다'매일'이나 '날마다'로 쓴다. '매월', '매달'은 자연스럽지만 '매년'은 써도 '매해'는 잘 쓰지 않는다. '매일'을 '날마다', '매년'을 '해마다'로 쓰지만, '매달/매월'을 '달마다'로 쓰진 않는
*나쁜 글버릇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임을 알 '수 있는' 지혜'~ 수 있는 ~'을 습관적으로 쓴다. 뜻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라 주장들 하겠지만 군더더기로 문장을 늘어뜨리는 주범이다.가능성, 확률, 능력, 기회, 권리, 자격, 지혜, 용기 등은 그 속에 '수 있는'의 의미가 포함돼 있으므로 뺀다고 뜻이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깔끔해진다.'수 있는'이 겹친 예문을 아래처럼 고치면 '수 있는'을 제거하는 것이 얼마나 문장을 간단명료하고 부드럽게 해주는지 실감한다.→ 나쁜 글버릇을 '고칠' 능력을 '배울' 기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구명정에 태우시오!"1912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스물넷 목숨을 구한 찰스 허버트 라이트올러(Charles Herbert Lightoller). 그는 2등항해사였다. 유람선 아닌 상선에서 근무하는 김현근 2등항해사도 제복보다 땀에 젖은 작업복이 익숙하다. 선원의 안전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관리감독과 시설 유지보수에 쓴다. 배가 경도를 넘을 때마다 시간 개념도 뒤죽박죽이다. 동쪽으로 나아가면 하루가 짧아지고 서쪽으로 움직이면 길어진다.김 항해사는 시공간이 달라지는 망망대해에서 선원과의 약속인 '선박기준시'
*학교에 입학하다 *병원에 입원하다 *회사에 입사하다 *은행에 입행하다 *군대에 입대하다 *전쟁에 참전하다중복오류다. '학교/회사/은행/군대에 들어갔다'고 쓰거나 '입학/입사/입행/입대/입원/참전했다'고 쓰는 게 맞다. '사전 예(豫)약', '빠른 쾌(快)유', '지난 과(過)거', '~상을 수상(賞)하다'도 중복오류다. '계약을 체결했다/맺었다'도 '계(契)'와 '결(結)' 모두 '맺는다'이므로 '계약했다', '계약을 했다'로 쓰는 게 맞다. 방송에서도 남발되는 '소위 말해서'도 '소위'가 '말하는(謂) 바(所)'를 뜻하므로 중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