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까지 블루수소·화이트바이오·친환경화학소재사업 비중을 확대한다."
2007년부터 윤리, 환경, 사회적 책임 활동과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HD현대오일뱅크는 2022년부터 재무 실적과 ESG활동을 포함한 통합보고서를 발간했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내년부터 ESG 공시가 의무다. 20조 자산을 자랑하는 HD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기업인데도 ESG보고서를 꾸준히 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Net-Zero)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을 추진한다. 공정 최적화, 수소혼합연료 사용, 친환경연료 판매와 태양광발전 확대, 에너지 효율화 설비를 도입한다.
의무도 아닌 ESG보고서를 발간한다고 칭찬할 뻔 했다. 보고서 내용, 특히 환경부문 데이터를 보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온실가스, 수질오염물질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늘었고 질소산화물(31%↑), 황산화물(12%↑), 먼지(21%↑), 휘발성유기화합물질(55%↑), 유해대기오염물질(108%↑)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늘었다. 매출 10억 원당 탄소배출량(집약도)까지 악화(216.77→227.59)됐다.
더 큰 문제가 감춰져 있었다. "환경을 고려해 용수 재사용률을 꾸준히 높여 왔다"고 했지만 2020년 20%에 달하던 재사용률이 2024년 5%대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폐수 관련 검찰조사가 시작됐다.
8월 환경부는 페놀이 들어있는 폐수를 장기간 배출한 HD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761억 원을 부과했다. 2019~2021년 배출 허용 기준(1.0㎎/L)을 초과한 폐수를 자회사 HD현대오씨아이로 보냈다. 2016~2021년 HD현대케미칼에도 정화하지 않은 공업용수를 공급했다. 환경부는 페수처리장 증설 비용 450억 원을 아껴 이득을 챙겼다고 봤다.

2022년 환경부에 위반 사실을 자진 신고했지만 이미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2016년부터 저지른 범죄의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꼼수였다.
앞으로는 보고서까지 발간하며 ESG경영을 홍보하면서 뒤로는 '페놀폐수'를 자회사를 통해 흘려보내는 HD현대오일뱅크의 행태는 전형적인 'ESG워싱'이다.
ESG워싱 사례는 많다. "2030년까지 판매한 모든 병과 캔을 수거해 재활용하겠다"고 선언한 코카콜라는 과도한 목표 설정과 과장광고로 비난이 일자 페트병에 쓴 '100% 재활용'을 수정했다. 코카콜라는 여전히 세계 1위 플라스틱 오염 기업이다. 2015년 폴크스바겐도 디젤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출가스시험을 통과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1,100만 대를 리콜하고 수십 조 원의 벌금과 합의금을 물고도 '환경 파괴 주범' 오명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나쁜 기업이면 사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가치소비' 시대다.
환경부의 과징금 부과에 앞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페놀 및 페놀류 함유 폐수 수십만 톤을 배출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전 부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징역 9월∼1년2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하지 않은데도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인근 주민들의 악취 민원으로 단속이 있을 때만 폐수 공급을 중단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고 수사 개시 후 깨끗한 물을 늘려 페놀값을 낮추는 등 범죄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SG워싱을 제대로 꼬집은 것이다.
ESG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투자자, 소비자, 직원, 공급망은 물론 NGO와 시민단체, 지역사회, 정부와 규제기관과도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페놀폐수를 재활용해 비용을 아끼려는 HD현대오일뱅크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됐다.
"해상에서 육상까지 지구를 아우르는 수소에너지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탈탄소 글로벌 에너지 가치사슬을 마련하겠다."
지난해 'CES2024' 기조연설에서 ESG경영의 핵심으로 친환경을 강조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말이 무색하다. '탄소 배출 주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또 다른 워싱이었을까.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