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애정을 갖고 교내 스포츠매거진 기자 생활을 했다. 아이스링크장에서 입김을 뿜어가며 취재할 때도 즐거웠고 글쓰기도 재밌었다. '문소윤 기자'가 새겨지기까지 데스크와 사진기자, 인터뷰이의 도움은 필수였다. 이 호흡이 그리워 학교 포털에서 글 쓰는 활동을 찾다 '글로벌e 대학생기자 1기' 모집공고를 발견했다. 자기소개서는 필요없고 선착순 지원이었다. 치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홀린 듯 지원했다.

"시험을 보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

식사자리에서 데스크가 한 역설이 신선했다. 지원은 쉬웠지만 시험은 녹록치 않았다. 필기-토론-면접. 칼럼 '기자들의 나쁜 글버릇'을 숙지하면 필기는 한두 문제 틀릴 정도로 무난했다. 토론은 무게가 느껴졌다. 유튜브로 토론면접 영상을 열 개는 봤는데 벼락치기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진행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전부 활용하지 못했다.

면접은 신기했다. 등산모자를 쓴 국장과 친절한 대표가 긴장을 풀어줬다. 지원자의 말보다 면접관의 말이 회의실을 채웠다.

"좋은 기사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프랑스 셰프가 서울에 일식집을 열었다는 가짜뉴스를 여러 신문사가 팩트체크 없이 퍼나른 사례를 들었다. 국장이 "빠른 글이 아니라 바른 글을 쓰고 싶다는 거네"라고 짚었다. 5년 묵은 코딱지가 빠져나온 듯 시원했다.

영등포 옹달샘드롭인센터 취재 실습을 나갔다. 2004년부터 매달 첫 주 토요일 저녁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돼지들의 수다'의 최순덕 회장을 인터뷰했다. 대학생기자 다섯과 국장, 부국장까지 일곱이 사무실에 들어갔다. 질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말문이 막혔다. 좋은 답변을 얻으려면 좋은 질문을 해야 함을 알게 됐다. 1기가 끝나기 전 취재 한 번 더 하고 싶다.

<글로벌e>를 둘러보면 '꽃 파는 광식이', '따듯한 가위손', '큰별산악人'처럼 평범한 삶을 조명하는 글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화면 너머 사람의 향기가 난다. 좋은 기사는 꾸미는 것이 아니라 간단명료하게 울림을 주는 것이다. 스펙 한 줄보다 '사람'을 알려주는 글로벌e 대학생기자 2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