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카라 옛 공항 터 뒤엔 한국의 쪽방촌 같은 빈민가가 있다. 여기서 만난 노파는 딸 둘과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들의 아빠가 누군지 몰랐다. 작은딸은 노산인데다 알코올중독일 때 낳아 1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았다.
노파는 여전히 낮에도 술을 마신다. 노파를 돌보던 큰딸도 최근 출산으로 일을 못하게 됐다. 남편은 건장한데도 일을 하지 않는다.
네팔은 여성차별이 심하다. 초등학교도 남자아이들은 6년은 다니게 해주지만 여자아이들은 4년도 다니지 못해 문맹이 많다. 월경 때 우리 같은 곳에 격리하는 '차우파디'와 조혼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 〈글로벌e〉 네팔통신원이 아는 남자는 아픈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열다섯밖에 안 된 소녀와 결혼했다.
네팔은 미국이 지정한 인신매매국 중에서도 순위가 높다. 해마다 1만 명 정도의 여자아이가 인신매매를 당한다. 지역신문에 팔려갔던 아이들이 돌아왔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아이들을 팔거나 버리는 범죄가 증가했다. 미혼모의 아이들은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는데 친척이 맡아 팔아넘기는 경우도 많다.
네팔 국민은 아리안계와 몽골계로 나뉜다. 아리안계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중시하는 반면 몽골계는 결혼 개념이 모호하다. 남자는 집을 마련하고, 여자는 결혼비용을 마련하는데 가난한 집에서는 딸이 남자를 만나 애를 낳고 한두 해 살다 돌아오면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면 비용이 들지 않아 친정부모는 환영한다. 네팔통신원에게 네팔어를 가르친 여성은 언니만 일곱인데 모두 밖으로 나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돌아왔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2~3년 살다 남편이 떠난 어린 미혼모도 있다. 아이가 있으니 재혼도 못하고 첩으로 살다 보니 삼첩, 사첩 문화가 생겼다. 집안 망신이라며 친정에서도 쫓겨난 미혼모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
어느 공무원은 아내가 딸만 둘을 낳고 아들을 낳지 못해 첩을 들였는데 첩이 아들을 낳자마자 본처도 아들을 낳자 첩 모자를 쫓아냈다. 쫓겨난 여자는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네팔에서는 16세에 시민권을 받는데 사생아는 시민권이 없는 불가촉천민이 된다. 네팔에선 카스트제도가 폐지됐는데도 차별이 여전하다. 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불가촉천민인 아이가 찻잔을 만졌다고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엄마와 함께 쫓겨난 아들은 그나마 친부가 아들임을 확인해 주어 시민증을 받을 수 있었다. 보통은 확인해주지 않는다.
네팔의 미혼모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혼모란 사실을 숨겨서다. 한국은 미혼모가 도움을 요청하면 사회복지사를 배정받고 정부지원금도 받지만 네팔은 '미혼모' 딱지 말고는 도움받을 게 없다.
네팔은 왕정이 끝나고 연방국가가 돼 2017년엔 60개나 되는 정당이 출현했지만 대부분 신분이 높은 몇몇 집안 사람들이 독과점한 것이었다. 왕정 때보다 권력자 수만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식민통치를 받지 않은 것이 권력층의 덕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가난하게 살면서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네팔만큼 변화가 없는 나라도 없었다. 카트만두의 고성(古城)에는 15세기에 지은 집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
최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카트만두, 포카라 절반이 공사장이다. 여기저기 파헤쳐 놓아 8시간 걸리던 길이 11시간이나 걸릴 정도다.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엔 중국 자본이 있다. 권력자들과 중국인들만 돈 벌고 국민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