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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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7 12:04
  • 수정 2023.11.30 14:07

히말라야의 눈물① 네팔은 가난하다. 여성은 더 가난하다. 소녀는 가장 가난하다

'행동과 동행' 4월 21일~5월 1일 답사···전 과정 탐사기획 연재
'차우파디' 감옥에 갇힌 여성들···구호품 생리대 되팔아 생계 유지
"미혼모 쉼터 마련, 교육 통해 자립 돕겠다"···현지 여성단체와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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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미군이 귀환한 전투기들의 날개와 꼬리에 탄흔이 집중된 것을 보고 그 부분을 보강하려 하자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왈드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몸통에 총격을 받은 전투기가 추락해 돌아오지 못한 사실을 간과했다. 약점은 동체다!"

아우슈비츠는 유대인학살의 대명사이지만 실제로는 벨제크, 소비보르, 트레블린카 같은 수용소에서 더 많은 유대인을 학살했다. 생존자가 가장 많았던 아우슈비츠가 생생한 증언 때문에 오히려 가장 잔인한 수용소로 잘못 알려진 것이다.

산악인 오은선 대장도 이 '생존자편향오류(Survivorship Bias)'를 통감했다.

"산에 오를 땐 함께한 현지인들의 고달픈 삶을 목도하고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했어요. 산에서 내려와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됐죠. 고소적응력이 있으면 셰르파(Sherpa)가 되고, 없으면 포터(porter)를 하면 됩니다. 요리솜씨가 좀 있으면 쿡(cook)이 되고, 어려도 키친보이(kitchen boy)는 할 수 있죠. 문제는 다 남자라는 겁니다. 산 아래 있는 여자들, 특히 여자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네팔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를 품고 있지만 여성과 아이들의 생활은 최하 수준이다. 10여 년 전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내려온 오 대장이 4월 21일 다시 히말라야로 떠난 이유다. 최근 《오은선의 한 걸음》 출간으로 등반인생을 일단락한 오 대장은 스스로 '15좌 등정'이라 정한 '네팔여성의집'(가칭) 건립을 위해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네팔 여성들의 삶은 처참하다. 월경이 시작되면 '차우파디(Chaupadi)', 즉 '불경한 존재'로 취급돼 생리 중 외양간에 격리돼 잠을 자다 독사한테 물려 숨진 소녀도 있다. 2005년 차우파디가 불법이 된 후에도 우리에 갇히는 여성이 많다. 여자아이들은 가난에 몰려 학교에도 못 가고 옥수수를 팔거나 식모살이를 하거나 다른 나라로 팔려가기도 한다.

'어린 미혼모'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만 15~19세 청소년 출산율이 6.5%가 넘는다. 일부는 성폭행 때문인데 가해자에게 강제결혼까지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계 때문에 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 15~24세 청소년 중 교육·고용훈련을 못 받는 여성이 47%에 달하고 월경을 시작한 여성의 9%는 사회적 모임에서 소외된다.

오 대장은 네팔 여성들이 원조를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에서 '교육의 부재'를 절감했다.

"소녀들은 구호품으로 받은 생리대를 쓰지 않고 되팔아 생필품을 사고 있어요. 네팔엔 기업도 별로 없어 일자리가 부족한데 여성은 더욱 갈 곳이 없죠."

오 대장이 이끄는 '행동과동행'은 이번 답사에서 네팔 여성들의 교육과 고용을 지원할 '네팔여성의집' 건립을 위해 안나푸르나와 포카라 일대 현지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고 지역활동가와 '네팔여성의집' 건립 부지를 물색했다.

네팔여성기술개발기구(WSDO), 쓰리시스터즈(THREE SISTERS) 등 현지 여성단체와도 공조하고 현지 여성과 아이들을 만나 의견도 들었다.

〈글로벌e〉는 '행동과동행'의 현지 활동 전 과정을 탐사기획 '히말라야의 눈물'로 정리했다. '행동과동행'은 5월 1일 귀국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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