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 정박해 있는 것은 배의 존재이유가 아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NHN을 뛰쳐나와 풍운아처럼 항해를 시작했고 카카오는 쾌속정이 됐다. 표적은 범선도 군함도 아닌 영세한 어선이다. 배의 존재이유가 고작 '해적질'이었던가. 국감에서 "골목상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않겠다",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해적왕'의 말을 국민은 얼마나 믿을까. 김 의장은 3년 전에도 국감에 출석했고 올해도 여러 번 불려나왔다. '국감개근생'에겐 두 갈래 항로가 있다. 대기업들의 독과점, 문어발확장, 갑질, 골목상권 파괴 같은 '공멸의 바닷길'과 혁신 플랫폼으로 자영업과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상생의 바닷길'이다.

플랫폼기업이 성공하려면 브랜드가치와 자금력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둘 다 가지고 있다. '카카오택시'든 '카카오대리'든 원하는 분야로 진출하기 쉽다. 다른 콜택시회사나 대리업체에게 카카오는 '넘사벽'이다.

택시시장은 거의 장악한 상태다. 카카오 가맹택시만 95%에 달한다. 기사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언제 엎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시장지배력이 커져도 같은 정책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대리 수수료는 20%다. 상황이 변해도 25%, 30%로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플랫폼에 종속된 공급자들을 경쟁시켜 수익을 뽑아낼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카카오택시는 '프리미엄멤버십'에 가입해야 손님을 빨리 배차해 준다.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를 만들어버렸다. 법인택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자동배차콜을 받아야 한다.

"플랫폼은 이용자 편익과 공급자 수익을 높이는 게 이상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들어간 택시나 대리시장은 아직 생태계가 활성화된 단계는 아니다."

택시시장 95%를 장악하고도 생태계가 아직 활성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류긍선 대표는 "수수료를 절감하는 것보다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비용을 절감할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을 포함한 '을'들과의 '상생'과 '공정'이라는 화두를 놓고 봤을 때 부족한 답변이었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업체에 광고비를 내면 상단에 기업 홍보 문구를 올려준다.

프리미엄멤버십도 같은 방식이다. 수요자를 공급자에게 연결하는 플랫폼기업이 스스로 공급자가 된다. 최근 택시회사를 인수하거나 골프장을 만들려는 카카오를 빗대 질타가 이어졌다.

김범수 의장은 "택시회사 인수는 맞다"며 고개를 떨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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