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 정박해 있는 것은 배의 존재이유가 아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NHN을 뛰쳐나와 풍운아처럼 항해를 시작했고 카카오는 쾌속정이 됐다. 표적은 범선도 군함도 아닌 영세한 어선이다. 배의 존재이유가 고작 '해적질'이었던가. 국감에서 "골목상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않겠다",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해적왕'의 말을 국민은 얼마나 믿을까. 김 의장은 3년 전에도 국감에 출석했고 올해도 여러 번 불려나왔다. '국감개근생'에겐 두 갈래 항로가 있다. 대기업들의 독과점, 문어발확장, 갑질, 골목상권 파괴 같은 '공멸의 바닷길'과 혁신 플랫폼으로 자영업과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상생의 바닷길'이다.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도 문제다. 매출은 느는데 영업이익은 적자다. 결손기업으로 만들어 우회적으로 탈세한다는 의혹도 일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퇴직금으로 14억 원을 지출했는데 수령인이 김 의장의 동생 김화영 씨다. 의원실에서 여러 번 수령인이 누구인지 물었지만 회사는 입을 닫았고 김 의장이 결국 입을 열었다. 

"남동생이 맞다."

다른 문제도 제기됐다. 케이큐브홀딩스가 티포인베스트를 흡수합병을 결정한 날이 12월 31일이다. 티포인베스트 대표가 또 김화영 씨다.

김화영 씨는 12월 31일 퇴사했다. 해가 바뀌자마자 1월 4일 기업결합으로 다시 그 회사에 소속됐다. 퇴직금으로 14억 원을 받자마자 다시 그 회사로 들어간 것이다. 퇴직금을 받기 위해 위장 퇴직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적자기업에서 14억 원이나 퇴직금을 받고 합병된 회사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꼼수다. 김 의장도 퇴직금은 "좀 많다"고 말했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퇴직금도 김만배의 표현대로 "좀 많다".

김 의장은 퇴직금 논란이 된 동생에게도 68억 원에 달하는 카카오 지분 1만5,000주를 증여했는데, "좀 많은" 퇴직금이 주식 증여세 납부 지원용이라는 빈축을 샀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신고 누락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받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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