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 정박해 있는 것은 배의 존재이유가 아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NHN을 뛰쳐나와 풍운아처럼 항해를 시작했고 카카오는 쾌속정이 됐다. 표적은 범선도 군함도 아닌 영세한 어선이다. 배의 존재이유가 고작 '해적질'이었던가. 국감에서 "골목상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않겠다",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해적왕'의 말을 국민은 얼마나 믿을까. 김 의장은 3년 전에도 국감에 출석했고 올해도 여러 번 불려나왔다. '국감개근생'에겐 두 갈래 항로가 있다. 대기업들의 독과점, 문어발확장, 갑질, 골목상권 파괴 같은 '공멸의 바닷길'과 혁신 플랫폼으로 자영업과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상생의 바닷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상생 논의 중 업체 2곳을 인수했다. 문제가 되자 철회 의사를 밝혔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 동반위가 합의과정 중 사업체 인수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무시한 셈이다.

"업체 인수건은 동반위와 대리운전총연합회에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카카오의 해명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동반위가 "동의한 적 없다"고 보도자료를 내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둘러 언론사에 '동반위' 관련 부분만 기사 수정을 요청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그런 사실이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하자 류호정 의원은 "그런 사실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와의 협의 과정도 문제다. 9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도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1~2주에 한 번씩 만나 소통한다"는 류 대표의 말도 거짓이었다.

국토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협력과 관련해 일체의 협의 추진 사항이 없다"고 회신했다. 이후 상생협의가 택시단체 거부로 중단됐다는 기사가 떴고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4단체, 민주당, 노동부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택시업체는 "대화에 참여 안 한다고 한 적이 없고 오히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화를 안 한다"고 주장했다. 앞에서는 상생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가짜뉴스로 여론몰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대리운전 시장 대기업 총량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선콜과 앱콜, 모든 콜을 포함해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상생 방안을 카카오가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범수 의장은 "시장점유율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현재 상생안은 유선콜만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앱콜에 몰리게 되면 카카오만 좋은 일 시킨다. 김 의장은 "대리기사와의 상생과 업체와의 상생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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