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 정박해 있는 것은 배의 존재이유가 아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NHN을 뛰쳐나와 풍운아처럼 항해를 시작했고 카카오는 쾌속정이 됐다. 표적은 범선도 군함도 아닌 영세한 어선이다. 배의 존재이유가 고작 '해적질'이었던가. 국감에서 "골목상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않겠다",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해적왕'의 말을 국민은 얼마나 믿을까. 김 의장은 3년 전에도 국감에 출석했고 올해도 여러 번 불려나왔다. '국감개근생'에겐 두 갈래 항로가 있다. 대기업들의 독과점, 문어발확장, 갑질, 골목상권 파괴 같은 '공멸의 바닷길'과 혁신 플랫폼으로 자영업과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상생의 바닷길'이다.

카카오 지분 14.1%를 소유한 김범수 의장은 사실상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다. 11.2%를 가진 케이큐브홀딩스 지분을 김 의장이 100%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2007년 "실리콘밸리 창업생태계를 한국에 이식해 CEO 100명을 키운다"는 목표로 카카오보다 먼저 케이큐브홀딩스를 설립했다.

초심은 온데간데없다. 지금은 케이큐브홀딩스가 지주사처럼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 지주사가 선물·옵션거래로 7억 원이나 벌었다고 공시했다. 사모투자신탁에 가입도 하고 사모사채도 사들이며 재테크회사처럼 운영됐다.

김 의장은 계열사들 경영에도 간섭하며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주사가 아니라면 금융자회사인데 그러면 금산분리 위반이 된다.

분리를 하든지 금융업에 진출해야 한다. 100% 지분을 가졌으니 내 맘대로 한다는 식이다. 동생에게도 회삿돈을 빌려줬다. "CEO 100명을 키운다"던 케이큐브홀딩스는 오너가(家)의 '재테크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영철학도 문제가 됐다.

"국내 최고 플랫폼회사 오너답게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고 세금 한 푼이라도 더 내야지, 선물·옵션 하면서 돈 벌었다고 공시하면 되겠습니까?"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기업가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생한테 돈이나 빌려주는 건 아니란 얘기다.

'장사치' 취급도 받았다.

"돈만 벌면 된다는 식으로 100개도 넘는 자회사가 골목상권에 막 들어가 자영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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