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영 위원장은 희생과 헌신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보여주기식 쇼나 말뿐인 가식적인 희생과 헌신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정성 있는 봉사로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권 위원장에게 정치란 첫 믿음, 끝까지—다.
성남시 대장동게이트만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고양시판' 대장동게이트가 큰 이슈다. 고양시가 부지를 헐값에 팔아넘겨 민간사업자가 특혜를 봤다는 의혹이다. 개통을 앞둔 GTX-A 노선 킨텍스역 앞에 분양가 1조 원대 아파트가 지어졌다. 입주는 4년 전 끝났는데, "고양시가 헐값에 땅을 팔고 각종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 사업을 따낸 시행사의 숨은 주인이 고양시 산하기관 출신 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킨텍스는 국내 최대 규모 전시장으로 방송영상산업밸리와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으로 땅값과 집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40층 이상 아파트 9,000세대가 들어섰다. GTX 킨텍스역을 품은 두 아파트단지 '꿈에그린'과 '원시티'는 분양가가 35평도 5억 원대였는데 지금은 14억 원을 호가한다. 문제는 개발 당시 부지 매매가다. '꿈에그린'은 2012년 고양시가, '원시티'는 2015년 경기주택도시공사가 부지를 팔았는데, 꿈에그린 부지가 원시티 부지보다 용적률이 두 배인데도 오히려 반값에 팔렸다. 꿈에그린 부지는 원래 아파트 300세대만 가능했는데 고양시가 1,100세대까지 늘려줬다. 780세대 오피스텔, 38층 오피스빌딩까지 합치면 분양가만 1조 원대다. 사업을 딴 시행사에 특혜가 있었단 소문이 파다했다.
'고양시판' 대장동게이트
시행사인 퍼스트이개발은 대표가 수시로 바뀌고 주주도 일부는 차명이었다. 그렇다 보니 고양시와 연결된 숨은 주인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퍼스트이개발의 최대주주는 홍보마케팅회사인 오메르인터내셔널로 자본금은 단돈 10만 원이다. 오메르를 설립한 A씨는 고양시 산하기관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지원하는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출신이다. 오메르 설립 이듬해 진흥원에서 퇴직한 두 명이 더 합류했다. 실적도 없고, 건설 시행 경험도 없는 사람들에게 고양시가 1조 원대 공사를 맡긴 것이다.
고양시청 고위직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혜로 볼 대목은 더 있었다. 퍼스트이개발이 고양시와 맺은 부지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 후 22개월 30일까지 퍼스트이개발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럴 경우 고양시가 최대 100억 원가량의 이자도 물어줘야 한다. 계약 해지 때 이자뿐 아니라 연체료, 가산금까지 붙여주어야 한다. 다른 부지 매매계약에서는 그런 조항이 없는데, C2(꿈에그린)부지를 팔 때만 고양시가 불리한 계약을 한 것이다. 고양시는 이렇게 불리한 계약을 왜 했는지 답변을 거부했다.
2020년 7월 21일 고양시는 감사관실 팀장과 부팀장 6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팀장 4명, 부팀장 2명이 다른 부서로 이동했는데, 모두 '특정감사'를 담당하는 핵심인사였다. 당시 진행된 특정감사에는 킨텍스 C2부지 헐값매각과 관련된 감사도 포함돼 있었다. 특정감사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특정 사안에 대한 감사다. 당시 인사조치된 6명은 '킨텍스 지원부지', '요진와이시티', '페이퍼컴퍼니 운영 실태', '덕이동·식사동 난개발' 의혹 등 모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던 특정감사를 담당하는 주요업무에 배정돼 있었다. 특정감사를 담당한 사람만 골라서 인사조치를 한 것은 감사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킨텍스 지원부지 헐값매각 등 의혹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헐값매각 의혹을 받고 있는 킨텍스 지원활성화 부지 중 하나인 C2부지(한화 꿈에그린)는 추정 손실액만 896억 원에 달한다.

인사조치된 감사관실의 팀장 중 한 명은 킨텍스 지원부지 매각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하던 중 낙마한 셈이다. 해당 감사는 이재준 시장 취임 후인 2019년 2월 감사 실시가 결정됐고, 2020년 6월 시의회 시정질의에서 감사관실의 보고서가 일부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성 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매각된 C2부지(꿈에그린)의 매각손실액은 896억 원, 2014년 매각된 C1-1(힐스테이트)과 C1-2(더샵)의 매각손실액은 78억~116억 원이다. 손실액을 합치면 최대 1,012억 원에 달했다.
고양시는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결정하지 못한 채 감사 종료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JTBC의 보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곧 감사를 종료할 예정'이라며 '관련자들의 책임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는 기반시설 확보를 위해 국내 최대 전시·컨벤션사업(마이스산업)을 위해 킨텍스를 고양시 일산에 유치했다. 그 후 킨텍스 건설과 전시·컨벤션산업 활성화를 위해 킨텍스 주변에 호텔 등을 지을 수 있는 상업부지(킨텍스지원부지)를 조성하려고 했다. 지방채를 발행하면 부채가 발생하지만, 땅값이 훨씬 높아 그렇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그런데 전임 시장(민선5·6기)이 당선되면서 '고양시 부채 제로(Zero)'라는 미명하에 킨텍스 지원 부지 매각에 나섰고, 이들 부지 중 현재 꿈에그린 아파트가 세워진 'C2부지(4만2718.5㎡, 용적률 690%)'를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실적도 없는 퍼스트이개발㈜에 평당 1,170만 원에 매각하면서 '헐값매각' 논란이 일었다. 이 부지는 그 전 시장이 2010년 6월 매각공고를 냈을 때 평당 1,600만 원이었다.
꿈에그린 아파트 옆에 세워진 원시티 아파트 부지(용적률 359%)가 2015년 평당 2,060만 원에 팔렸다. C2부지는 용적률이 두 배인데도 매각 금액이 절반밖에 안 돼 누가 봐도 헐값으로 팔렸다고 볼 수 있다. 의혹이 일었지만 이슈가 되지 못했고 전임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묻혀버렸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같은 당 시장이 당선되고, 초선 시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킨테스 지원부지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졌다. 2019년 2월 고양시의회는 C2부지 외에 2014년 후반 잇따라 매각된 현대 힐스테이트 부지(C1-1부지)와 포스코 '더' 아파트부지(C1-2부지) 역시 평당 948만 원과 975만 원으로, 원시티 부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고양시가 팔아 '헐값매각'이라며 감사를 요구했다.
시장은 "조사가 필요하면 진행하겠다"며 감사에 착수했지만 1년이 넘도록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고양시민들은 현 시장이 전임 시장 때 벌어진 문제에 대해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것에 강한 의구심을 가졌다. 적지 않은 시민이 2018년 시장선거를 앞두고 전임 시장의 보좌관과 현 시장(당시 예비후보)이 작성한 '이행각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행각서'는 3선에 도전한 전임 시장이 당에서 컷오프 되면서 전임 시장 측의 보좌관이 당시 예비후보였던 현 시장을 경선에서 이기도록 돕는 대신 시장이 되면 고양시 공무원 인사권 및 사업권에 관여한다는 내용이 적힌 각서가 2019년 초 제보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020년 9월 검찰은 "제보된 각서는 가짜이나 이행각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된다"면서도 각서 체결의 당사자인 전임 시장의 전 보좌관이 해외에 있어 '기소 중지'를, 현 시장에게는 "전 보좌관의 진술을 받아야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고양(市)이한테 생선을 맡겼다
<JTBC>는 "C2부지 매각과 관련 매매 계약한 퍼스트이개발㈜의 최대주주는 고양시 산하기관인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출신이 설립한 자본금 10만 원짜리 오메르라는 회사"라며 "건설 시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1조 원 공사를 맡은 배경에 의문이 생긴다"면서 고양시 고위직의 연루를 언급했다. <JTBC>가 이런 계약을 왜 했는지 물었지만 고양시는 답변을 거부했다.
며칠 뒤 <JTBC>는 "고양시의 비리의혹 취재 과정에서 고양시 고위직이 찾아와 방송을 안하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안했다"고 보도해 더욱 충격을 주었다. 2021년 6월 14일'1조 원 건설비리 고양시장 처벌 촉구'라는 제목의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1,800여 명의 동의를 얻으며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공유됐다. 킨텍스부지 매각 논란이 확산되면서 "고양(市)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는 유머까지 나왔다.

서명운동을 펼칠 때였다. 20대 청년이 찾아와 물었다. "잘못이 있더라도 제가 피해를 본 것도 아닌데 왜 서명을 해야 하죠? 일산에서 발생한 일을 덕양구에 살고 있는 내게 왜 서명을 받는 거죠?" 권순영은 적잖게 당황했지만 차근차근 설명했다. "내가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이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당장 내게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우리가 낸 돈이 잘못된 곳에 쓰인다면 우리 스스로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고양시 전체의 문제라고요. 성남시 대장동사건도 마찬가지예요." 토착비리를 척결하고 2022년 특례시 원년을 맞은 고양시가 부패없는 새로운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 고양시 킨텍스부지 헐값매각 의혹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
2021년 9월 14일 김필례(고양시을), 김현아(고양시정) 국민의힘 고양시당협위원장과 경기북부경찰청을 항의방문 했다. 고양시에서 킨텍스지원부지를 민간사업자에게 헐값에 팔아넘겨 1,1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끼쳤다. 고양시 공무원 1년치 급여와 맞먹는 금액이다. 자기 땅이라면 그렇게 손해보고 팔았을까. '1조 원대 건설비리'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발본색원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한 무거운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고양시민 1,501명의 탄원서와 시의원 8명(김완규·박현경·손동숙·심홍순·엄성은·이규열·이홍규·정연우 의원)이 함께했다.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중차대한 문제다. 민주당이 고양시에서 오랜기간 시정을 장악해 발생한 권력형 비리다. 킨텍스부지 헐값매각 의혹은 10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미제사건이다. 하지만 이재준 시장 취임 후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의혹의 실체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2021년 7월엔 관련 공무원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야당 시의원들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 반발하고 '헐값매각 의혹'을 제기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고양시 미래를 좌우할 부지를 민간사업자에게 헐값에 팔아넘긴 책임이 일선 공무원 3명에게만 있는지 의심스럽다. 진짜 배후를 밝힐 수 있도록 고양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시민의 혈세가 공중분해 됐다. 매각 과정에선 시의회와 민의는 철저하게 무시됐다. '계약 조건 변경과 입찰보증금 반환 약정'은 노예계약으로 110만 시민에게 자괴감을 안겼다. 감사보고서를 봐도 '노예계약'이 맞다. 공개된 감사보고서에는 "최성 전 시장 재임 당시 GTX-A노선 킨텍스역 인근 노른자 땅을 특정 건설시행사에 헐값에 팔아 시 재정에 1,000억 원대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전희정 감사관은 "일련의 과정에서 누가 큰 이익을 챙겼는지, 그리고 이런 일을 설계한 자가 있다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 수사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사건의 배후와 실체를 밝혀 정의를 바로 세우고 실추된 고양시민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은 10년 전부터 제기됐던 의혹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미제사건이었다. <JTBC>와 <서울신문> 등 많은 언론이 다시 이 사건에 대한 탐사보도에 들어간 후에도 사건의 배후를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 도서판매배포금지 가처분됐던 김영선 전 시의원의 저서 《최성 시장을 고발합니다》 가 가처분 결정이 취소돼 다시 시중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