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직후 가난과 질병, 중노동을 달래기 위해 애틀란타의 약사 존 펨버튼은 코카잎 성분과 콜라나무 껍질액을 배합해 강장음료를 만들고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코카콜라와 워런 버핏은 알아도 펨버튼을 아는 사람은 없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또 어떤 펨버튼은 아이폰, 윈도,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피·땀·눈물'을 흘렸다. 기술만 남고 기술자는 잊혀졌다. 어쩌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사농공상 시대에도 세종의 장영실은 '조선의 시간'을 만들고, 이순신의 나대용은 '조선의 바다'를 지켰다. 사람을 뛰어넘는 기술은 없다. 국가든 기업이든 지속가능하길 바란다면 장인들의 '한 땀'마다 합당한 명성을 부여해야 마땅하다. <글로벌e>가 숨은 명장 찾기에 나선 이유다.

(왼쪽부터) 김성환 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강지원 선임연구원
(왼쪽부터) 김성환 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강지원 선임연구원

[글로벌E 이장혁 기자] "저는 베이스가 분석이다 보니까 유해물질, 오염물질이나 물질의 성향, 성분, 성질 등을 연구해 물맛과 연관시킬 수 있어요. 환경이 나쁜 현장도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대충 봐도 물맛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있습니다. 수질검사를 할 때나 상담할 때도 어떤 항목을 검사하고 확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후속조치도 빠른 편이죠."

물 연구를 하다 보니 워터소믈리에 자격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기도 좋고 체계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첫 시험에 떨어졌지만 다시 도전해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획득했다. 함께 나온 강지원 선임연구원은 워터소믈리에 '마스터' 등급이다. 2016년 전국소믈리에경기대회 워터소믈리에 부문 금상을 받은 실력자다.

"강지원 선임연구원은 물에 들어 있는 미네랄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물맛을 구분할 수 있어요. 국내외 먹는샘물이나 정수기물 맛을 구별할 수 있고 코웨이에 들어오기 전 같이 연구도 많이 했었거든요. 박사학위 논문도 물의 성분과 농도에 따라 커피나 차에 조합해 최적의 맛을 내는 연구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했어요. 워터소물리에 전국대회에서 1위도 한 능력자입니다."

워터소믈리에 마스터 등급을 획득한 강지원 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워터소믈리에 마스터 등급을 획득한 강지원 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워터소믈리에경기대회가 궁금했다.

"예선은 이론평가고요 준결선에서 블라인드테스트를 마치고 결선에 올라갔죠. 결선 테스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가 했을 때는 스토리텔링도 있었고 간단하게 세 종류의 물을 비교 분석하고 퀴즈도 있었던 것 같아요. 결선은 유튜브로 생중계도 했고 많은 분이 관심을 가졌어요. 1위를 해서 그런지 어디를 가든 전문가로 인정받는 게 좋았어요. 취업에도 가산점을 받고 강의도 들어오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죠. 코웨이에 들어온 것도 있네요."

강지원 선임은 조리외식경영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세부전공은 물이다.

물은 음료나 음식과 섞이면 변화가 크다. 탄산 정수물로 빵을 굽고 밥을 짓는 연구도 했다. 탄산을 농도별로 적용해 보고 다양한 실험을 한 결과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레시피 팸플릿도 만들어 배포하고 셰프가 레시피에 맞게 요리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그냥 물이라면 재미가 없을 텐데 음료나 음식을 접목하니 소비자들도 흥미를 갖게 됐어요.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하는 데 물은 필수니까요. 라면도 수돗물로 끓인 것과 정수기물로 끓인 게 맛이 다르고 쌀을 수돗물로 씻는 것과 정수기물로 씻는 것도 밥맛이 달라져요. 정수기물로 밥도 하고 국도 끓여요. 맛이 다르니까요."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를 사랑한다. 커피 타는데 미네랄이 많은 물이 좋을까 적은 물이 좋을까.

"선행 연구에서 미네랄 함량이 낮은 물로 추출한 커피는 산미가 좋고, 함량이 높은 물로 추출하면 무게감이 있고 쓴맛이 좀 나는 걸로 나왔어요. 과학적인 분석 베이스를 기반으로 해야 결과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요. 그냥 물맛이 다르다 정도로는 알 수가 없거든요."

강지원 선임은 코웨이 입사 전 미네랄 함량으로 물을 구분해 동일한 커피를 내려보고 맛의 변화가 있는지를 가지고 박사논문을 썼다. 소비자 패널이 블라인드테스트를 했는데 코웨이 RO필터 정수기물로 내린 커피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미네랄 함량이 가장 낮은 물이었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무거운' 물보다는 '가벼운' 물로 내린 커피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도출됐고 국제 학술지에 논문이 등재됐다.

"물 자체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음식이나 음료와 섞였을 때 더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거죠. 소비자 테스트를 꾸준히 하는 곳은 코웨이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에 있을 때도 코웨이와 협업하는 연구가 많았는데 입사 제안이 와서 흔쾌히 수락했죠."

코웨이처럼 소재를 찾아서 필터를 만들고 성능 용출 테스트를 하고 결과에 맞는 필터를 구성하고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곳은 드물다. 물 연구 규모는 아시아 최대다.

"과거엔 시장에서 파는 필터를 정수기에 꽂아 쓰는 회사도 있었어요. 저희가 물맛 연구를 시작하고 나서 다른 기업들도 연구센터를 만들고 개발을 시작했어요. 유해물질을 얼마나 거를 수 있느냐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저희는 필터믹싱법을 업그레이드해 물맛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최적의 필터와 정수 성능을 만들어냈죠. 소재, 물맛, 비율, 구성 등 정수기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결과를 분석하고 테스트 하고 있어요."

글로벌 인증도 가장 많이 받았다. 정수기는 KC인증만 받고 몇 가지 항목만 통과하면 되는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수질협회(WQA)와 NFS인터내셔널 평가도 통과했다. NSF/JWPA P508 인증을 받은 정수기는 세계에서 코웨이가 유일하다. 그만큼 검사가 엄격하고 까다롭다.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게 원칙입니다. KC인증만 받아도 국내서 정수기를 파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도 해외 인증을 획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수기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려는 겁니다. 해외 진출도 같은 맥락이에요. 미국법인도 있고 말레이시아법인도 있는데 시장을 확대하려면 글로벌 인증이 필수거든요."

안전을 담보해야 세계적인 정수기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일본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오염수 방류 문제가 이슈다. 오염수를 전부 방류하는 데만 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 정부는 강행할 태세다.

"일본 방사능오염수 유출 이슈 때 우리 직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 물을 떠와 테스트해 본 적이 있어요. 물에 포함된 우라늄 같은 방사능물질을 필터로 제거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본거죠. 국내서도 자연방사능이 나오는 지하수를 분석했는데 필터를 사용해 99% 이상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인증도 받았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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