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윤혜정 기자
  • Economy
  • 입력 2023.08.03 10:00
  • 수정 2023.11.17 14:11

[금융의神] KB 김정태⑩ '금융의 별', 하늘의 별이 되다

은행을 사랑하는 마음은 태산같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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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민족은행은 말살됐고 해방 후 우리 금융은 껍데기만 남았다. 그마저도 전쟁으로 파산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 후 77년. 대한민국 금융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기적을 이루었다. 은행들은 연간 수조 원대 순익을 거두고, 여의도 증권가는 '아시아의 월스트리트' 반열에 올랐으며, 리딩 보험사 한 곳의 자산 규모가 대한민국 한 해 예산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뽕밭이 거저 바다가 된 건 아니다. 원조경제시대 굴욕을 감내했고 개발시대엔 "한국 은행은 정부의 현금인출기"란 조롱까지 받아야 했으며 외환위기 땐 퇴출과 구조조정으로 생존마저 위협받았다. 그렇게 살아남은 대한민국 금융은 더 커지고 강해졌다.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불모지를 개척하고, 혁신을 거듭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전설의 금융인들! 우리 금융은 아직 얕고 작은 바다다. '고객가치'와 '글로벌'과 '지속가능'의 더 크고 깊은 바다로 나아가려면 그들을 기억하고 배워야 한다. 〈글로벌e〉가 77년 대한민국 금융사(史)에 빛나는 77명의 금융영웅을 탐구하는 이유다.

 미래를 내다보고 틔운 싹은 '어린이금융'이란 꽃으로 피어났다.  김정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시한 '캥거루통장'을 알리기 위해 캥거루옷을 입고 지점에 나가 미래의 고객을 맞이했다.

어린이를 위한 금융교육도 펼쳤다. "부자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다. 돈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선택과 의사결정력을 키우는 데 뜻이 있다. 금융교육은 주어진 돈을 초과하는 욕구를 억제하는 자율성을 키우는 것이다."

금융교육팀을 만들고, '키드뱅크(KID BANK)'도 시작했다.《스무살, 이제 돈과 친해질 나이》를 출간해 금융의 기초를 알려주고 초등학생을 위한 금융사이트도 구축했다. 학교 강의도 진행했다.

'CEO주가'를 탄생시킨 김정태는 연임이 불가했다. 금융위는 2003년 9월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5,500억 원이 회계 기준에 어긋났다며 3년간 은행 취업을 금지했다. "회계 처리 전에 회계법인, 법무법인, 국세청에 자문해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회계 처리는 잘못이 없다."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불복 소송은 하지 않았다.

 

"은행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태산같지만, 한강에 날마다 새로운 물이 흘러가듯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겠다."

'금융의 별' 김정태는 퇴임 후 서강대에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금융기관론' 수업을 맡아 강단에 서기도 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은퇴 후 농사짓고 살겠다"고 한 김정태는 품위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뱅커의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경기도 일산 다와농장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아내와 채소를 가꾸다 2014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금융의 별에서 하늘의 별로 마지막 영전을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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