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8일 태국 방콕 세계대나무총회에서 대나무의 가치와 활용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로 '세계 대나무의 날'을 제정했다.

탄소중립을 목표하는 기업들도 대나무를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과 친환경 섬유, 포장재, 제약까지 활용성이 넓어지고 있다. UN과 EU는 녹색산업 핵심 자원으로 대나무를 꼽았다.

불의 발견 만큼 대나무는 인류의 성장 발판이었다. 일본 교토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은 바람이 불 때 오케스트라를 연상케하는 '예술의전당'이었고 중국 쓰촨성의 자죽림은 수천 년간 예술인들이 영감을 얻어가는 '자연학교'였다. 주민 대부분이 대나무 산업 종사자인 인도 아삼 주와 미조람 주의 대숲은 '일터'다. 하루 1미터가 넘게 자라고 인장 강도가 강철보다 높다. 남미에서는 대나무를 '땅에 나는 철'로 부른다.

담양 죽록원
담양 죽록원

우리나라도 대나무와 인연이 깊다. 사군자(四君子) 중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지조 있는 사람을 대나무를 쪼갠 듯이 곧다 해 '대쪽 같다'고 한다.

전남 담양은 고려때 부터 음력 5월 13일을 죽취일(대나무가 취한 날)로 정해 대나무를 옮겨 심고나면 죽엽주를 마시면서 죽통놀이와 화전놀이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중단됐다가 1999년 담양군민의 날과 농업제 행사에 죽취일을 녹여낸 것이 지금의 '담양대나무축제'가 됐다.

청죽시장에는 팔도의 대나무가 모인다. 죽제품만 취급하는 죽물시장도 있다. 마을마다 대숲이 있어 '대나무 고을'이라 불렸다. 본래 야산에 있던 죽녹원은 2003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담양은 '대나무관련 단체 지원에 관한 조례'에서 대나무 관련 활동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1979년 대나무를 군목(郡木)으로 지정했고 1981년 죽물박물관(현 한국대나무박물관)을 세웠다. 담양이 세계에서 대나무 고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죽록원) 담양대나무축제
(죽록원) 담양대나무축제

중국 최대규모 대나무 군락지로 꼽히는 '촉남죽해'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면적이 줄고 있다. 과학자들은 2070년까지 대나무 숲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대나무는 꽃을 한번 피우고 나면 죽는다. 씨가 퍼져도 발아 확률이 낮다. 뿌리가 퍼져 죽순이 올라오는 게 대부분이다.

2022년부터 32곳의 숲에서 대나무 집단 고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정작 담양에는 '대나무의 날'이 없다.

대나무발전협회는 담양 행정조직에서 사라진 대나무자원연구소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형식 전 군수도 "대나무자원연구소 축소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민간연구소라도 설립해 품종 연구개량으로 대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엽 담양군의원과 박종원 전남도의원은 대나무의 날 지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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