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불멸의 욕망을 충족하는 카메라

니세프로 니에프스(Nicephore Niepce)가 1816년 만든 첫 번째 카메라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카메라 출연에 열광했다. 영원불멸의 욕망을 충족한 것이다. 1826년 프랑스에서 석판인쇄 기술자가 카메라를 발명하고 1839년 파리에서 최초의 사진이 공개된다. 사진은 찍는 사람에게도 찍히는 사람에게도 긴 시간이 걸렸고 값이 비쌌지만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1861년 파리에서만 사진업 종사자가 3만3,000명이 넘었다.

코닥 필름

1888년 코닥이 필름을 개발하면서 카메라의 기동성이 가능해졌고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바뀐 것은 25년도 되지 않는다.

〈갤러리 매그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_브레송, 파리, 1961
〈갤러리 매그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_브레송, 파리, 1961

아이폰 전문 작가가 있을 정도로 흔해진 스냅사진은 '순간의 포착'이다. 'snap'은 '딸깍' 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스냅의 원조인 캔디드포토(Candid photo)는 좋게 말하면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한 형식이고, 나쁘게 말하면 '몰카'다. 'candid'는 '솔직한, 노골적인, 거리낌 없는'을 뜻한다. 

에리히 잘로몬, 비스타와 더블유 갤러리©괴테 인스티튜트, 바르샤바
에리히 잘로몬, 비스타와 더블유 갤러리©괴테 인스티튜트, 바르샤바

1925년 독일 카메라 에르마녹스 F2와 라이카 I(A) 35mm가 출시되면서 가능해졌다. 파파라치의 시초는 사진가 에리히 잘로몬(Erich Salomon, 1886-1994)으로 알려졌다. 잘로몬은 카메라를 모자에 숨겨 법정과 국제회의 같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자리에 참석해 공인들이 의식하지 못한 순간 대중에 공개되지 못하던 정보를 촬영했다.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 보도가 목적이었다.

©라이카 코리아

1913년 라이카 최초의 소형카메라 우어라이카(Ur-Leica)가 탄생하고 1925년 첫 제품을 판매한 후 100년의 제품 족보를 가지고 있다. 라이카에서 최초로 시도된 기능들은 현대식 카메라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작은 M시리즈다.

 

독보적 자취와 쓸 데 있는 고집

〈게슈타포 제보자 식별〉_브레송, 독일 데사우, 1945

브레송은 라이카M3에 50mm 렌즈를 주로 사용했는데 은색 몸체가 눈에 띄지 않도록 검은 테이프로 감싸고 다녔다. 러시아전쟁에 갔을 땐 탐내는 이들을 경계하기 위해 로고도 가렸다. 라이카M3은 1954년 나왔다. 튼튼하고 미려한 외관은 필름카메라 시절을 계승하되 디지털화된 내부는 현대화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다.

©라이카 코리아
©라이카 코리아

최신 라이카M11을 특징짓는 요소로 M10처럼 동영상 촬영이 안 되는 점을 들 수 있다. 라이카M은 편리하지 않다. 몸체에 비해 무겁다. 셔터를 반만 누르면 알아서 초점이 맞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은 라이카M을 만나면 당황한다. 뷰파인더 안에 작은 직사각형 상자가 또 있다. 렌즈 초점링을 수동으로 돌려 맞춰야 한다. 입문자뿐 아니라 DSLR이 친절하게 안내하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도 쉽지 않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라이카를 들고 촬영하면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도 될지 고민하게 된다. 동영상 촬영을 제한하기까지 한 기기는 사진의 본질에 집중하게 할까?

〈노년의 브레송〉_archives AF, 파리, 1974
〈노년의 브레송〉_archives AF, 파리, 1974

필름 시절 사진을 시작한 전문가의 경험담이다. "필름이 귀해 셔터를 함부로 누를 수 없었다. 24컷 중 인화할 때 버릴 사진이 한두 장밖에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찍었다." 디지털카메라는 촬영도 인화도 순식간이다. 스마트폰은 AI앱을 활용해 엄청난 양의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게 한다. 그중 인화하고 싶은 사진이 몇이나 될까. 집중력이 떨어진 건 당연하다.

21년만에 새로 출시된 필름 카메라 펜탁스17
21년만에 새로 출시된 필름 카메라 펜탁스17
©라이카 코리아

라이카는 오랜 이름값만큼 브랜드를 명품화시켰다. M시리즈는 쉽게 추천할 수 없는 카메라다. 돈으로 사는 것을 넘어 카메라를 공부하게 만든다. 운동선수들은 연습 때 일부러 모래주머니를 달고 뛴다지만 속도가 경쟁력인 시대에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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