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전스
ⓒ엔비전스

장애인이 장벽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시대

화가, 배우, 유튜버로 활동하는 정은혜는 발달장애인이다. 그의 유튜브를 보다 법륜 스님 못지 않은 통찰에 놀라곤 한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옛날 왕이 사냥에 동행한 열 명 중 왼손잡이,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이 있었다. 어느 시대나 장애인은 있었고 장애를 가진 이들이 더 뛰어난 감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엔비전스
ⓒ엔비전스

가톨릭강좌 〈성서 못자리〉를 오래 진행해 온 신부가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제일 먼저 천국에 갈 사람은 장애인이다." 장애인은 부재와 불편함 덕분에 쓰레기가 넘치는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오히려 더 자유롭기 때문일까.

〈어둠속의대화〉 전시장에는 안경, 휴대전화, 스마트워치 같은 것은 가지고 갈 수 없다. 거추장스러운 것을 내려놓고 온전한 어둠과 목소리와 움직임과 마주한다. 일상에 스며들어온 참견들에서 해방될 수 있다. 지루하면 자꾸 시간을 확인하지만 전시장에서는 그럴 수도 없다. 시간 개념이 사라진다. 몸에 집중하고 감각을 열게 된다.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을 때

비로소 늙음을 받아들인다

자랑할 만한 사진은 없지만 여운이 오래 간다. 일상의 초침에서 벗어난 순간여행이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인터스텔라〉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처럼 비밀을 공유한 것 같다. 시각 하나를 제한하니 잊고 있던 감각들을 깨우쳐 주었다. 처음에는 두렵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며 어둠에 스며든다. 우주 어딘가에 있는 행성들처럼 서로 음성에 귀기울이고 답하다 보면 안정감이 있고, '옆사람도 나와 비슷한 느낌이겠구나' 알아차리게 된다. 두려움이 물러난다. 태초의 어둠도 그랬을까. 막막함 대신 끝없는 가능성을 보았을까. 달에 가겠다는 의지도 공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정보기술 발전은 전시도 키웠다. 미디어아트로 화려하게 '보이는' 전시가 유행처럼 번졌다. 고전을 재해석해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우고 사방에서 울리는 스피커로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하게 만든다. 전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애플비전프로, 메타퀘스트 같은 VR기기로 방에서도 실감나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자동화로 사람이 안내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역발상의 가능성

어디를 가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인증하고 싶은 사진 명소가 많이 생겼다. 시각적, 청각적 향연이 가득한 전시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소문을 내면 예술장사에 성공한 것이다. 플랫폼시대에 보이는 이미지는 명암이 있다. 〈어둠속의대화〉는 소규모다. 한 번에 대박 날 순 없었다. 1988년 독일 철학자가 시작해 여태까지 전시가 이어지게 된 것도 참여자들의 입소문 덕이다. 〈어둠속의대화〉는 관람객들에게 먼 훗날까지 고전으로 기억될 것이다. '명품(名品)'은 오랜 기간 가치와 이름값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전자기기로 눈이 피로한 시대, 명품 전시 〈어둠속의대화〉를 걸어 보라.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