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구가 발전했다고 인류가 발전했다 생각해선 안 된다
_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 재즈음악가)
"만든놈·판놈·본놈 모조리 처벌하라!"
9월 21일 서울 대학로. 딥페이크 성착취물 엄벌 촉구 집회에 5,000명이 넘게 참가했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합성해 음란이미지를 만들어 용돈을 벌어 쓴 10대도 있었다.
한국의 젠더 인식도와 성평등지수는 꼴찌다. ICT강국답게 딥페이크 성착취물 생산력은 세계 최고다. 미국 보안업체(시큐리티히어로)에 따르면 딥페이크 피해자의 99%가 여성이고 그중 53%를 차지한 1위는 한국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딥페이크 범죄의 진앙지로 한국을 지목했다.
성착취가 기술이 발전했다고 만연해졌을까? 여성 대상 범죄는 디지털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을 때도 횡행했다. 물리적으로 약자라고 여겨지면 범죄를 일삼던 역사는 오래됐고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다. 딥페이크 범죄는 지인 능욕이 많다. 과거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에서 지금은 모든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
파벨 두로프(Pavel Valeryevich Durov) 텔레그램 최고경영자가 8월 프랑스 검찰에 체포됐다. 텔레그램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도구였지만 익명성을 무기로 성착취물 유포, 범죄조직 불법거래에 악용됐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기술이라도 악의 용도로 변질될 수 있다.
카메라의 전설, 라이카에서 답을 찾아보자.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이자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슬로건으로 1947년 설립된 보도사진그룹 매그넘포토스(Magnum Photos)의 창립 멤버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Henri Cartier-Bresson, 1908-2004) 라이카 M3를 주로 사용했다. 1950년대까진 필름 한쪽 면이 6센티미터인 중형필름카메라를 사용했다.

브레송은 작고 조작이 직관적인 소형카메라를 선택했다. '결정적 순간'을 담기 위해서는 순발력이 요구된다. 브레송은 은퇴한 후에도 라이카 자동필름카메라 '미니룩스'를 사용했다. 필름카메라는 느리다. 피사체를 느리게 담고 느리게 확인한다. 인화할 때까지 기다림의 틈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브레송은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와 종교를 싫어하고 거부했다. 경쟁심과 경직성 때문이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도 무관심했다. 카메라가 진화를 거듭해도 소형 라이카를 고수한 이유다.

독서와 무성영화와 전시를 좋아한 화가였다. 18세 무렵에는 프랑스 대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에서 세 번이나 떨어진 것도 공부머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공교육에 의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목적 없이 끌려가는 세태에서 자신의 생각을 찾아가는 용기가 있었다.
1931년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마르세이유에 왔다가 라이카를 처음 만났다. "회화의 구도는 화가가 채우지만, 사진의 구도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결정됨을 라이카가 알려주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