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별의 한복은 기쁨이다. 엄마가 지어주신 옥색 치마저고리를 입으면 타국에서도 저절로 어깨가 펴졌다. 그 옷을 입고 아이들 앞에 서면 지금도 엄마와 함께다. 고은별의 한복은 슬픔이다. 아직도 "엄마" 소리에 눈물이 고이는 이에게 충분히 그리워하라고 주어진 '애도의 시간'이다. 고은별의 한복은 두려움의 극복이다. 구경거리로 전락한 우리 옷을 입고 당당하게 활보하는 그녀는 한류전사다. 고은별의 한복은 분노다. '평화의 소녀상'과 마주하며 역사의 아픔을 상기하는 힘이다.

고은별은 하버드 익스텐션스쿨에서 영국 낭만주의 시를 공부했다. 파리 소르본대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ILPGA에서 기초음성학 디플롬을 취득한 후 귀국해 방송기자로 활동했다. 창원국제아동문학대회 집행위원, (사)어린이문화진흥회 사무국장을 지내고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 번역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클래식기타와 우쿨렐레,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고은별은 <시와 동화>로 등단한 후 이어령 선생의 추천으로 첫 책 창작동화집 《나비야 나비야》을 냈다.

<아빠와 크레파스>, <하늘을 나는 자전거>, <바다의 별>를 비롯해 <별>, <달님은>, <나는 내가 좋아요>, <파란 하늘 초록 숲> 등의 시를 지었다. 그림동화책 《파피용》(Papillon, 한글·프랑스어), 인터뷰 모음집 《만나고 싶은 사람》, 시집 《별의 노래》도 펴냈다.

고은별은 어른들의 시선과 평가가 어린이의 진실한 감정을 훼손하는 것을 경계했다. 아이는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의 기본 감정을 갖고 태어난다. 나머지는 기본 감정을 숨기려고 꾸며 낸 라켓감정이다. '슬픔'은 기어를 바꾸기 위해 밟는 자동차의 클러치다. 충분히 밟아야 슬픔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쓸 때 작가의 마음도 진실에 가까워진다. "어린이는 존재 자체로 완전합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은 진실에 수렴한다. 현대인들은 시와 이야기를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

 

 

"동시와 동화 낭독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부산 영광도서에서 '영광의 어린이날 100주년 축하 잔치'를 열었습니다. 동시를 낭송하고 동요를 같이 부르며 동화 구연과 마리오네트 인형극과 비추미 인형극을 공연했죠."

100년 전 어린이 인권 선언을 한 방정환 선생은 《신데렐라》를 비롯한 세계명작 10편을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해 《사랑의 선물》을 펴냈다. 고은별도 한글과 프랑스어, 영어로 작품을 발표하고 다른 언어의 작품을 우리말로 소개한다. 방정환 선생은 마음이 맞는 동화작가들과 함께 '색동회'를 만들어 어린이문화운동에 매진했다.

고은별도 어린이문화진흥회와 한국아동문학인협회의 활동을 통해 어린이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방정환 선생은 어려운 시절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만년샤쓰》, 《동생을 찾으러》, 《칠칠단의 비밀》 등을 써 어린이들을 응원했다. 고은별도 다양한 언어로 동화와 동시를 써 어린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작은 어른'이 아닌 어린이 존재 자체를 존중한 방정환 선생의 뜻을 되새기며 어린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고은별은 어린이들이 바르게 자라기 위해 '태극기정신'을 전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만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습니다.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입으로만 외우죠. 주제가 너무 무겁습니다. 건(亁)은 하늘, 곤(坤)은 땅, 감(坎)은 물, 리(離)는 불을 뜻하죠." 고은별은 새로운 '국기에 대한 맹세'를 제안한다.

나는 하늘처럼 굳세고 / 땅처럼 유순하며 
물처럼 지혜롭고 / 불처럼 밝으며 
태극처럼 조화롭게 /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와 닮았다.  

어린이가 자는 얼굴을 보라 / 하늘님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 더할 수 없는 참됨과 / 더할 수 없는 착함과 /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가진 / 어린 하늘님이 편안하게 고요한 잠을 잔다 /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기쁨이요 / 모든 것이 사랑이요 / 또 모든 것이 친한 동무다 / 뻗어 나가는 힘! / 뛰노는 생명의 힘! / 그것이 어린이다 

<계속>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