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전쟁 직후 가난과 질병, 중노동을 달래기 위해 애틀란타의 약사 존 펨버튼은 코카잎 성분과 콜라나무 껍질액을 배합해 강장음료를 만들고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코카콜라와 워런 버핏은 알아도 펨버튼을 아는 사람은 없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또 어떤 펨버튼은 아이폰, 윈도,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피·땀·눈물'을 흘렸다. 기술만 남고 기술자는 잊혀졌다. 어쩌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사농공상 시대에도 세종의 장영실은 '조선의 시간'을 만들고, 이순신의 나대용은 '조선의 바다'를 지켰다. 사람을 뛰어넘는 기술은 없다. 국가든 기업이든 지속가능하길 바란다면 장인들의 '한 땀'마다 합당한 명성을 부여해야 마땅하다. <글로벌e>가 숨은 명장 찾기에 나선 이유다.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다. 기술을 편안하게 쓰려면 직관적이어야 한다.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아이디어를 제품에 담으려고 했다."
제품 개발 시 디자인을 위해 포기한 기술이나 기술을 위해 내려놓은 디자인이 있었을까.
"덜어내는 데 공을 들였다. 디자인만 강조하다 보면 편리함이 줄어들 수 있다. '글로' 부스트버튼이 그렇다. 하나의 버튼으로 연출하는 것이 심미적으로 간결하고 좋겠지만 고객이 사용할 때 버튼이 붙어 있으면 오작동 하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두 개의 버튼으로 분리했다. 클리닝파츠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어떻게 하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디자인은 그냥 예쁘고 멋있게 만드는 게 아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디자이너에게 제품은 디자인이 전부다. 디자인은 이슈가 있을 때 그걸 해결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이슈가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힘이다
"디자인은 고객이 고민하는 첫 번째 접점이다. 고객의 어떤 니즈라도 디자인으로 풀어가면 된다."
스스로 완벽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제품은 무엇일까.
"몇 번을 생각해봐도 '글로 프로 슬림'이다. 경영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데 딱 하나의 제스처만 취했다.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냈다 다시 집어넣었다. 포켓에 넣고 빼기 쉽도록 슬림한 디자인을 어필한 것이다.
몸에 쫙 붙는 '웨어러블 전담' 프로 슬림이 가장 자랑스럽다. '슬림'은 끝까지 가져갈 디자인 키워드다."
'글로 프로 슬림'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22 iF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했다. BAT 디자인팀은 34명으로 700명에 달하는 LG전자와 비교할 수 없지만 담배회사로는 과감한 투자를 한 결과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