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전쟁 직후 가난과 질병, 중노동을 달래기 위해 애틀란타의 약사 존 펨버튼은 코카잎 성분과 콜라나무 껍질액을 배합해 강장음료를 만들고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코카콜라와 워런 버핏은 알아도 펨버튼을 아는 사람은 없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또 어떤 펨버튼은 아이폰, 윈도,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피·땀·눈물'을 흘렸다. 기술만 남고 기술자는 잊혀졌다. 어쩌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사농공상 시대에도 세종의 장영실은 '조선의 시간'을 만들고, 이순신의 나대용은 '조선의 바다'를 지켰다. 사람을 뛰어넘는 기술은 없다. 국가든 기업이든 지속가능하길 바란다면 장인들의 '한 땀'마다 합당한 명성을 부여해야 마땅하다. <글로벌e>가 숨은 명장 찾기에 나선 이유다.

김강민(Ken Kim) BAT그룹 뉴카테고리 디자인 총괄은 20년 넘게 기술산업군에서 가전,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UX(사용자경험) 디자인을 해왔으며 전략적인 콘셉트에서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여러 디자인 혁신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다. 스마트홈, AI, 모빌리티, 스마트폰, TV 등 더 나은 소비자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바이스를 생태계로 활용하는 제품 혁신에 힘쓰고 있다.
디자인은 공감, 창의성,
의미 있는 혁신 그 전부다
오라클, 시스코 같은 테크기업에서 제품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은 김강민은 SK텔레콤 UX연구원을 거쳐 LG전자에서 15년간 근무했다.
마지막 역할이었던 LG전자 뉴비즈니스센터 UX혁신팀장을 포함해 디자인 업무를 총괄했다.
제품 아이디어 기획, 론칭 전략 및 제조까지 대부분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현재는 BAT그룹에서 뉴카테고리 디자인 총괄로 다양한 제품의 디자인을 맡고 있다.
BAT를 대표하는 궐련형 전자담배 브랜드 '글로(glo)'와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Vuse)', 파우치형 머금는담배 '벨로(Velo)' 디바이스, 악세세리 등 전반적인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강민도 처음엔 담배업계를 전혀 몰랐다. 어떤 디자인 니즈가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입사 때 인터뷰가 그의 생각을 180도 바꿨다.
"BAT가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용소비재) 멀티 카테고리 브랜드로 가며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이 중요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동안 일했던 기업과 BAT는 다르지 않았다. 담배회사라기보다 '혁신기업'으로 보였다. 혁신기술과 관점을 잘 활용해 BAT가 겪고 있는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합류하게 됐다."

입사 후 팀부터 만들어야 했다.
"인하우스 디자인팀이 따로 없었는데 가장 이상적이고, 빠르고, 강한 디자인팀을 내가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제품의 완성도나 디테일 등 제품력을 내재화하지 않고 아웃소싱하면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디자인팀의 역할을 처음부터 정할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김강민은 LG전자에서 앞에서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뒤에서는 완성도 있게 론칭하는 것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라이프소프트연구소와 고객생활연구소에서 선행컨셉디자인도 해봤다.
"TV, 자동차 같이 작은 것 큰 것 가리지 않고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커리어가 BAT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BAT 입사 후 디자인팀을 세팅할때 디자인방식을 바꾸고 싶었다. 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인을 넣고 싶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