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9년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아이폰1보다 성능이 낮은 슈퍼컴퓨터로 이룬 쾌거이자 '우주인류'의 시작이었다. "한 사람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겐 거대한 도약이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폰16이 나온 2024년 9월 148년 야구사(史)에 굵직한 발자국이 남겨졌다. 오타니 쇼헤이(Shohei Ohtani)가 인류 최초의 50(홈런)-50(도루)을 기록한 것. "기록을 남겨온 선배들에 존경심이 든다"는 그는 30년 야구인생에서 수많은 '최초'를 달성한 리빙레전드(Living Legend)이자 새로운 기록의 시대를 연 야구신(新)인류다. 어쩌면 야구신(神)일지도 모른다.
수상한 불펜피칭, 다시 시작된 대기록
9월 12일 시카고컵스에서 47-48을 기록한 후 4경기 동안 손맛을 못 본 오타니는 "불펜투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토미존 수술로 포기했던 '이도류(투타겸업)'를 남은 11경기와 포스트시즌에 쓰고 싶어 그런가 했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시속 150km 이상의 공을 던져댔다. 당장 써도 될 것이라는 언론의 호들갑을 뒤로하고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이해할 수 없는 투구가 그렇게 끝났다.
18일 경기 1번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3회 1사1루 상황에서 큼지막한 우월 투런포를 날렸다. 몸쪽 아래로 오는 스위퍼(Sweeper, 우타자 바깥쪽으로 크게 휘며 홈플레이트 가장자리로 들어가는 공)를 쳐올렸다.
유일한 출루였지만 표정은 한결 나아 보였다. 해설자도 여유가 느껴진다고 했다. 전날 신들린 듯 던져댄 공 사이 그를 짓누르던 무언가도 날아간 게 아닌가 싶다. 이날 활약에 대기록 재시동은 물론 메이저리그 아시아 최다 홈런(218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즌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기록한 다저스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50-50 기록의 밤, 오타니의 '한잔'
48-49로 20일 마이애미말린스전에 들어선 오타니는 대기록 달성 질문에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수비 부담 없이 가장 많은 타석에 설 수 있는 1번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서자 첫 타석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선발 에드워드 카브레라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때린 2루타를 친 후 1사1・2루에서 3루를 훔쳤다. 50도루가 완성됐다.
뒤는 '오타니타임'이었다. 2회초 2사1・2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타점을 올렸고 2루까지 내달려 51도루를 만들었다. 3회초 2사1・3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렸고 6회초에는 모두가 염원하던 홈런을 쳤다.
우완 불펜 조지 소리아노의 137.4km 슬라이더(홈플레이트 바깥에서 휘어 들어오는 공)를 쳐낸 신들린 타격이었다. 49-51 소식에 세계 야구인의 관심이 론디포파크로 쏠렸다. 팀도 11-3까지 격차를 벌리며 기록 달성에 힘을 실어줬다.
홈런 하나를 남기고 7회초 오타니가 타석에 섰다. 2사2・3루, 우완 마이크 바우만을 상대하게 됐다. 헛스윙에 파울볼. 빨간불 두 개가 연속으로 켜졌다. 승부처에서 흔들린 건 오타니가 아니었다.
3구를 폭투했고 그 사이 주자가 홈을 훔쳤다. 12-3. 관중은 크게 기운 승부보단 바우만의 다음 공만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143.4km 너클커브. 무수한 타자를 삼진으로 돌린 승부구다.
가벼운 심호흡으로 공을 기다리던 오타니는 벼락같은 스윙으로 쳐올렸고 로켓처럼 좌측 담장으로 날아갔다. 50-50의 전무후무한 기록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타구를 바라보던 오타니는 홈런 선언이 나오자 다저스 더그아웃을 향해 환호성을 지른 후 내달렸다. 타석에서 감정을 보이지 않던 오타니가 소년처럼 웃었다.
기어코 한 방을 더 때려 51-51까지 만든 오타니 활약에 팀은 20-4 대승과 함께 12시즌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거뒀다. 6타수, 6안타, 10타점, 4득점 원맨쇼를 펼친 오타니는 샴페인을 '원샷' 했다.
술을 멀리하던 그가 대기록과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안주 삼아 한잔한 것. 오타니는 다음 경기에서도 펄펄 날았다. 그의 여정은 이제 가을야구로 이어지게 됐다.
50-50은 게임에서도 불가능의 영역이다. 메이저리그 148년 50홈런은 50명만 기록했고 그중 50-10은 14명뿐이다. 도루 20개 달성은 5명이고 그 뒤로는 오타니밖에 없다. '야구의 신'으로 불린 베이브 루스도 59개 홈런을 기록했지만 1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시즌은 몇 안 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