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9년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아이폰1보다 성능이 낮은 슈퍼컴퓨터로 이룬 쾌거이자 '우주인류'의 시작이었다. "한 사람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겐 거대한 도약이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폰16이 나온 2024년 9월 148년 야구사(史)에 굵직한 발자국이 남겨졌다. 오타니 쇼헤이(Shohei Ohtani)가 인류 최초의 50(홈런)-50(도루)을 기록한 것. "기록을 남겨온 선배들에 존경심이 든다"는 그는 30년 야구인생에서 수많은 '최초'를 달성한 리빙레전드(Living Legend)이자 새로운 기록의 시대를 연 야구신(新)인류다. 어쩌면 야구신(神)일지도 모른다.
피프티피프티, 베이브 루스도 못했다
빠른 발과 강한 힘이 당연해 보이지만 공을 쳐 담장으로 넘기는 것과 베이스를 훔치는 걸 다 잘 하는 건 매우 어렵다. 장타는 몸의 중량이 중요하다.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선수가 그렇다. 이대호가 도루하는 날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최고의 교타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자이언츠)는 반대다. 정교한 타격으로 홈런을 만들지만 기록 대부분은 안타와 득점, 그리고 도루다. 오타니의 성적은 완전히 다른 성향의 두 타자를 하나로 합친 셈이다.
부상 위험도 크다. 베이스 거리인 27.43m를 수 초 내 도착해야 하는 도루는 위험천만하다. 포수들의 평균 송구가 120km 후반대이고 2.1초 팝타임(POP Time, 공을받고빼서던지는동작)을 고려하면 3~4초다.
온 힘을 다하다 보니 태그 중 충돌도 잦다. 확률을 높이기 위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에서 손가락, 손목 골절은 예사고 인대가 늘어나거나 뼈에 금이 갈 때도 많다. 야구인들이 홈런왕보다 도루왕이 대단하다고 보는 이유다.
50-50 말고도 기록이 쏟아졌다. 한 경기 3홈런, 2도루는 메이저리그 최초다. 10타점과 5개 장타를 기록한 것도 그렇다. 4개 미만 홈런으로 17루타, 6회 이후 3연타석 홈런, 한 시즌 최고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수준대비승리기여도) 7.7도 오타니가 세운 최초의 기록들이다.
다저스구단 최초의 50홈런과 두 자리 타점 기록도 이날 나왔다. 28연속 도루 성공과 아시아인 시즌 최다 타점도 갈아치웠다. 3루타만 나왔으면 사이클링히트도 달성할 수 있었다. 오타니의 기록 행진은 멈춤이 없다.
고졸 출신으로 2013년 일본프로야구 개막전 선발 등판은 1959년 장훈 이후 54년 만이었다. 야수로 나와 투수로 등판한 것도 리그 48년 만 기록이었고 2014년 세운 10승-10홈런은 리그 최초다.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6년엔 퍼시픽리그 MVP부터 투수·지명타자 베스트나인, 리그 다승·승률·방어율 1위를 기록했다.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과 동시에 신인왕을 차지했고 2021년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 지명타자 실버슬러거 2회, 에드가 마르티네즈상 3회ALL-MLB 퍼스트팀 4회, 세컨드팀 2회, 커미셔너 역사적 공로상, 올스타 4회, 2023년 리그 홈런·출루율·장타율 1위에 올랐다.
2021년에는 올스타 최초 투수·타자 동시 선정과 아시아인 역대 단일 시즌 최다홈런(46개), 단일 시즌 100삼진 이상 달성 투수의 최다 홈런, 21세기 최초 트리플100(이닝·삼진·안타 100개씩 기록), 아시아인 최초 리그 월간 MVP 선정, 리그 최초 퀀터플100(이닝·삼진·안타·타점·득점)도 기록했다.
2023년엔 아시아 출신 최초의 10승-40홈런을 달성했다. 유명인 필수코스인 야구게임 표지모델에도 발탁됐다. 올 시즌 커리어하이를 찍은 만큼 '오타니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