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는 지옥을 썼지만
나는 지옥을 보았다 _빅토르 위고
위고는 지옥을 보았지만
나는 신의 얼굴을 보았다_민우혁
무대를 완성한다는 것,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장발장을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이 연기나 노래 연습이 아니라 컨디션이다. 배우는 100번 중 한 번의 공연이지만 보러 온 사람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영혼을 갈아넣은 공연도 중요하지만 공연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공연시간도 기간도 길어 최소 에너지로 최고의 표현을 하려 노력했다. 성격이 장발장과 비슷해 배역에 완전히 스며들기 편했지만 이성적이고 신념이 굳은 자베르에게도 매력을 느낀다. 돌덩이같은 사람이 신념이 무너지며 죽음을 선택을 했을 때의 인간적인 면모에 반했다. "현실에서 인간적이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인간적인 면들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다."
앙졸라 때는 뮤지컬배우가 됐다는 자체가 흥분됐다. 내가 어떤 앙졸라가 돼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레 미제라블>의 배우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다. '내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멋있게 보이고 싶어 영상을 보고 외모나 목소리 질감을 따라했다. 회가 거듭되자 '앙졸라의 울부짖음에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멋있는 모습보다 나라를 바꾸기 위한 열정을 보여주는 앙졸라였다. "같은 상황이라면 목숨걸고 싸울 수 있을까, 후손을 위해 희생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다음부터는 캐릭터가 아닌 관객이 받을 위로와 희망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알고 있어 더 두려운 장발장의 노래와 연기
지정곡 4곡을 부르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등 8개월간의 오디션을 거쳐 장발장으로 낙점됐다. 빵 하나를 훔치고 19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장발장을 보여주려 했다.
"앙졸라 때는 셔츠 단추를 모두 잠그고 깔끔한 모습으로 오디션을 봤다. 장발장은 야수같은 면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자고 일어나자마자 헝클어진 머리로 양치만 하고 오디션장에 갔는데 캐머런 매킨토시가 '빵을 훔쳐먹게 생긴 이미지'라고 했다."
<레 미제라블>이 어떤 작품인지 알기에 두려움이 컸다. 장발장의 연기와 노래, 발성은 난이도가 높아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모든 장면에서 긴장이 됐다. <영웅>을 함께 한 정성화와 양준모는 재연 때 장발장이었다. 민우혁이 장발장을 하게 된 것을 알고 "안중근을 힘들어하면 장발장을 어떻게 할래?" 하고 겁을 주며 준비할 수 있게 조언도 해 주었다. 그런데도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극을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에 잠도 오지 않았다. 막상 무대에 오르니 그동안 나를 거쳐간 작품들이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 선배 장발장에게 조언을 듣고 후배 앙졸라들에게 조언을 하곤 한다. 쉬고 싶어도 앙졸라의 연습을 지켜본다. 조언을 듣고 후배들이 무대에서 바뀌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고맙다.
후배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처음 뮤지컬을 할 때만 해도 지시를 정확하게 지켜야 했다. 지금 젊은 배우들은 약속 안에서 자유롭게 공연해 무대가 살아난다. 캐릭터도 그렇다. 바리케이트 장면이나 혁명 장면에서 힘이 느껴지고 준비된 신인들이라는 게 보인다."
연출이 준 첫 번째 디렉션은 "그 순간을 사는 사람으로서 존재하라"였다. 지금까지는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동작이나 발성을 크게 하는 편이었는데 "투머치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실제로는 너처럼 과장하지 않을 거다. 장발장의 고민들이나 갈등이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과 환경만 바뀌고 비슷했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관객들도 '장발장이 고뇌를 다 이겨내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실의 민우혁도 장발장처럼 옳은 길이라는 판단이 들면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장발장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