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의 NO.8 '운명'은 가수 테이의 목소리일 때 더 운명적이다. 테이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생긴 트라우마, 청력을 잃어가는 음악가의 좌절, 조카 카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부르며 250년 전 '톱스타' 베토벤을 대학로 무대로 소환한다. 〈프리다〉, 〈스모크〉의 극작가・연출가 추정화와 작곡가・음악감독 허수현의 대표작으로 과수원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일본에서 매진을 기록하고 중국에서도 호평받았다.

베토벤은 노년에 죽은 동생의 아들 카를의 친권을 놓고 엄마 요안나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후 카를에게 엄마 만나는 것을 전면 금지시키고 음악 수업을 강요한다. 음악에 흥미도 재능도 없었던 카를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권총을 겨눈다.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정신 병원에서 한동안 치료를 받은 카를은 입대해 버리고 상실감에 사로잡힌 베토벤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관객들에게 낯선 이름일 수 있는 〈루드윅〉은 바로 베토벤의 이야기다. "클래식이 어려울 것 같지만 무대가 시작되면 초등교육이 중요하다 싶은 게 '내가 베토벤의 곡을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의전당에서도 또다른 〈베토벤〉이 공연되고 있다. 베토벤과 토니 브랜타노의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춰 음악과 사랑에 대한 열정과 절망을 노래한다.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가족에 대한 사랑, 젊음에 대한 사랑, 음악적 능력에 대한 사랑에 집중했다.

"추정화 감독이 연출한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루드윅〉이 생각났어요. 허수현 음악감독의 노래는 극을 많이 고민하면 음악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신기한 경험을 주었죠. 베토벤의 유명한 곡들을 부르는 것은 어렵지만 마지막 곡 〈피아노〉는 카리스마 있는 가창력과 함께 한 대목 한 대목 꼼꼼히 불러야 해 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갑니다."

같은 걸 연기하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데 할수록 발전하고 싶은 것이다. 〈루드윅〉은 신기한 작품이다. 무대 아래 배우끼리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청력을 잃어가며 괴로워하는 청년 베토벤의 귀를 막아주는 처연한 모습이나 어린 조카 카를과 피아노 주위를 뛰어다니는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그렇다.

무거울 수 있는 무대에서 완급 조절을 잘 해내는 것도 아직은 어린 임시훈, 박이든과 평소 편안하게 지내면서 나온다. 지난 시즌엔 밥을 안 먹는다고 엄마한테 혼나고 있는 아역 배우들에게 햄버거를 만들어 먹일 정도였다.

이번 아역 배우들은 챙길 필요를 못 느낄 만큼 어른스럽다. 코믹한 장면의 타이밍도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상의해 맞춰나갈 정도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챙겨주는 것 같아요." 

시즌을 거듭하는 〈루드윅〉에서 새롭게 욕심이 생기는 것도 신기하다. "사실 〈루드윅〉는 절대 쉬운 공연이 아니지만 다른 작품을 할 때도 생각날 만큼 애정이 갑니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죠." 공연날엔 '목이 또 나가겠구나','컨트롤을 잘 해야겠다'고 각오한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광기도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계속 무대 위에  있다 보면 화장실이 급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땐 '광기고 뭐고, 빨리 끝내야겠다' 싶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땀이 난다 싶으면 그런 경우에요. 공연날은 최대한 물을 안 마십니다. 무대에 올라서 무대 위 장면에서 진짜로 마셔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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