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장채린 기자
  • Economy
  • 입력 2024.10.29 13:38
  • 수정 2024.10.29 14:20

에르메스 Is 와인④ 럭셔리는 역설···더 팔수록 덜 매력적

플렉스할 수 없는 아름다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

에르메스는 여느 명품브랜드와 달리 마케팅과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장인들의 작업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팝업(에르메스인더메이킹)이나 불완전한 제품을 태워버리는 등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장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공정이 없고, 한 땀이라도 어긋나면 가차 없이 태워버린다. 대중은 '품질을 위한 헌신'에 매료되고 비싼 가격대를 받아들인다.

럭셔리산업은 역설이다.

많이 팔릴수록 덜 매력적이다.

 

초대 전문경영인 패트릭 토마스(Patrick Thomas) 의 명언이다. 대중성을 지양하기에 유명인의 지지를 마케팅전략으로 삼지 않는다. 초고급사치품으로 남길 원한다. 일반인을 위한 팝업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에르메스는 미술관 등을 빌려 주로 VIP를 위한 행사와 패션쇼를 기획했다. 시작부터 왕실과 귀족을 위한 주문제작이었다. 극단의 희소성으로 대량생산과 아웃소싱을 지양한다.

최초의 지퍼 달린 가방. '볼리드백' 은 1922년 출시됐다. 1차대전 중 인 1918년 기마병에 안장을 공급하던 에밀 에르메스 회장은 캐나다에서 발견한 지퍼를 가방에 부착했다. 어깨끈을 추가하는 등 디자인을 바꿔 1982년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부가티'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 1994년부턴 '볼리드(빠른 자동차)'라 불렀다. 마차의 시대가 끝났지만 에밀은 안장 제작에 이용하던 새들스티치 같은 전통방식을 고수했다.

세계 어디서나 제한된 수량의 동일 제품을 판매하고 지역별 컬렉션이나 할인도 없다. 버킨백과 켈리백은 '실적템'이다. 지속적으로 의류, 액세서리, 신발, 그릇 등 다른 제품을 4,000만 원~ 1억 원가량 구매하는 고객만 입고를 알려 준다. 천금을 준다 해도 구할 수 없다. 실물 영접도 못하는 실정이니 고객과 직원 간 권력구도가 바뀌었다. 수많은 대기자명단 중 누구에게 버킨백을 판매할지는 담당직원이 결정한다.

고객은 직원과 라포를 쌓아야 한다. 매장직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세계적 갑부도 친해지려 쿠키를 구워 온다. 콘서트티켓, 호화여행상품권, 심지어 현금까지 준다. 이런 노력에도 매장에서 주문하고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자연과 시간, 그리고 인간의 손길과 숨결에는 비견 할 수 없다.

깊이 있는 아름다움은 플렉스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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