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켈리백은 40개 가죽조각을 전통 말안장 박음기술인 '새들스티치(Saddle stitch)'로 조립한다. 1950년대 할리우드스타에서 모나코 왕세자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가 사용해 '켈리백'이란 이름이 붙었다. 1956년 임신한 켈리가 에르메스의 '쁘띠 싹 아 끄로와'로 부른 배를 가리고 있는 사진이 <라이프>에 실린 결과다. 켈리백을 만든 로베르 뒤마(Robert Dumas)는 모나코왕실을 찾아가 "'켈리'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버킨백(Birkin Bag)은 '전통과 혁신의 결합'이다. 1984년 에르메스 CEO 장 루이 뒤마(Jean-Louis Dumas)와 제인 버킨(Jane Birkin)이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버킨의 가방은 아기용품을 비롯한 물건으로 가득했다. 가방을 쏟자 내용물이 나뒹굴었다. 뒤마는 버킨에게 "왜 큰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세련되고 큰 가방은 없다"고 하자 뒤마는 기내에서 디자인스케치를 했다. 버킨도 아이디어를 더해 넉넉한 수납을 갖춘 가방이 탄생했다. 버킨백이다.
에르메스스카프는 문양이 많은 디자인으로 패션아이템을 넘어 예술과 문화의 상징이 됐다. 로베르 뒤마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기 전 스카프는 군대에서 계급을 나타냈다. 남성용인 스카프가 여성용으로 출시됐다. 1937년 출시 전, 계급을 나타내던 스카프는 장인정신이 부여한 희소성과 정체성을 상징하게 됐다.

지름길을 택하지 않는 에르메스의 장인정신은 럭셔리의 모범이다. 원칙은 187년 동안 지켜졌다. 에르메스 제품은 프랑스 공방(Ateliers Hermès)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에르메스의 아이콘, 켈리백과 버킨백도 장인 한 명이 끝까지 맡아 제품에, 아니 작품에 서명을 남긴다.
에르메스 장인은 7,300명이다. 에르메스 가죽공방엔 2,400명의 장인이 있다. 그들은 프랑스 11개 지역 50개 공방에서 일한다. 장인이 되기 전, 가죽학교에서 3년, 공방에서 2년 수련한다. 수련 중 만든 가방은 팔지 않는다. 노동법상 주간근로시간이 33시간이므로 한 명의 장인이 18시간 동안 제작하는 켈리백이나 22시간 동안 제작하는 버킨백은 1주에 두 개도 완성하지 못한다. 한정 수량을 수작업으로 생산해 소장가치가 높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