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장채린 기자
  • Economy
  • 입력 2024.10.23 11:47

에르메스 Is 와인① 같은 버킨백은 없다

자연, 시간, 인간의 손길과 숨결이 빚은 유일무이한 예술

세상에 같은 와인은 없다. 같은 리스트로 한 농장,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져도 병마다 고유한 맛과 향을 지닌다. 같은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조차 서로 맛이 다르고 발효 과정에서 기후, 토양과 상호작용하며 변화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층 깊어진 맛과 향이 깃든 와인은 저만의 이야기를 품는다. 살아있는 예술품이 된다.

로마네꽁띠
로마네꽁띠

최고가 와인 로마네꽁띠(Domaine de la Romanée-Conti)는 희소성과 품질로 '와인의 왕'이라 불린다. 에르메스는 로마네꽁띠와 닮았다. 가방, 스카프, 액세서리는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이 아니라 자연, 시간, 그리고 장인의 숨결이 빚은 작품이다. 제품 각각의 가죽은 살아있던 동물의 서사를 지닌다. 같은 소에서 나온 가죽도 부위마다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장인은 저마다 사연이 깃든 가죽의 질감, 색상, 그리고 결을 최대한 활용한다.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고 손길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디테일과 감성을 띈다. 완성된 제품은 사용자와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아름다움의 깊이를 뽐낸다. 세월과 함께 손이 탄 가죽의 질감은 고유한 감성, 즉 개성을 드러낸다.

로마네꽁띠도 같은 리스트라도 다른 맛과 향을 띈다. 농약과 비료 없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포도를 재배한다. 한 송이 한 송이 손으로 수확한 포도에 장인의 손맛으로 양조와 숙성이 이뤄지고 시간이 더해진다. 에르메스와 로마네꽁띠는 '숙성의 철학'을 공유한다. 자연과 인간의 숨결이 만들어 낸 화학적 변화와 공진화, 그리고 예술로의 승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로마네꽁띠는 13세기에 시작됐다. 루이 15세의 딸이 로마네꽁띠를 사들 일 정도였다. 로마네꽁띠라는 이름은 18세기 루이 프랑수아 드 부르봉 꽁띠 왕자(Prince de Conti)에서 유래했다.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수도원 소유였다가 꽁띠왕자가 로마네 포도밭을 소유하면서 '로마네꽁띠'란 이름이 붙었다. 꽁띠왕자는 모든 와인을 소유하고 친구와 가족에게도 나눠주지 않았다. 희귀성과 명성은 프랑스혁명 후에도 유지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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