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둘째 모두 심통이 났다. 큰맘 먹고 제주도까지 왔는데 음식도 여행도 맘에 안 드는 눈치다. 파도 때문에 '이호테우' 물놀이를 취소한 탓이 컸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은 아이들 입이 연신 삐죽거린다. 숙소로 가기엔 아쉬워 검색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남편이 물었다. "괜찮겠어?" '넥슨'하면 '게임'이니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순간 "넥슨!" 아이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스마트폰은 어느새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넥슨컴퓨터박물관을 다녀온 엄마들의 이야기를 재정리한 기사입니다. (글로벌e 월간지 8월호)

2013년 제주시 노형동에 문을 연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아시아 최초 컴퓨터박물관이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의 뜻으로 설립됐다.
인류의 삶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켜 온 컴퓨터를 중심으로 게임과 주변기기, 사회의 발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내 대표 게임사가 만들어서 게임을 포함한 건 아니다.
컴퓨터 대중화를 이끈 게임을 통해 산업 방향과 게이머의 발자취를 담아 일상에서 접하는 기술의 근원을 이해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4개 층마다 다른 테마를 적용했다. 1층(Welcome Stage Computer as Theatre)에선 컴퓨터 역사를 관람할 수 있다.
입구부터 자연스럽게 데이터 입력장치부터 연산장치, 화면 출력 또는 결과를 내는 과정까지 인체도처럼 구성해 누구나 쉽게 컴퓨팅 과정을 이해하도록 설계됐다.
세계 유명 브랜드의 컴퓨터나 초기 제품도 전시돼 있는데 구동 가능한 애플1 첫 모델이 대표적이다.
흑백 브라운관과 함께 회로기판, 카세트테이프리더기, 매뉴얼로 구성된 제품으로 1976년 200대가 수작업으로 제작돼 666.66달러 (2023 년 기 준 약 350~400만 원대)에 판매됐다.
넥슨이 경매로 4억 원을 주고 샀다. 현재 50여 대만 남아있는데 구동되는 여섯 대 중 한 대를 전시한 것이다.
1974년 나온 세계 최초의 상업용 조립식 개인용 컴퓨터 앨테어(Altair)8800부터 1960년대 만들어진 최초의 마우스 엥겔바트(Engelbart Mouse)와 1972년 출시된 상업용 게임기 <퐁>도 전시돼 있다.
CPU, 그래픽카드, 사운드카드 등 컴퓨터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으며 제품의 연혁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홀로그램과 디스플레이 등이 상영된다.
2층(Open Stage Between Reality and Fantasy)에선 1960년대 태동한 게임산업 전반을 각종 게임기와 유명 게임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1세대 게임기부터 8세대 게임기까지 대부분의 게임기와 주변기기가 전시돼 있다.
북미 게임산업 멸망의 단초가 된 아타리2600부터 패미컴,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컴, 세가새턴, 3DO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기는 물론 버추얼보이, 리듬게임기 사이먼, 최근 복각판이 나온 PC엔진, 휴대용게임기 게임기어도 볼 수 있다. 국내 게임잡지부터 PC게임 주요 타이틀과 연혁도 함께 볼 수 있다.
3층(Hidden Stage The Real Revolutionary)에선 컴퓨터, 게임기, 휴대전화나 각종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기들이 전시된 오픈스토리지(Open Storage)와 아이들이 부품을 조립해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체험공간으로 구분된다.
제품의 역사부터 특정 단어의 어원, 발전 방향 등 컴퓨터 관련 산업 전반을 볼 수 있다. 신청하고 가면 회로기판 조립과 게임개발 체험도 가능하다.
마지막 지하1층 (Special Stage Play Ground)에서는 넥슨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 <바람의나라>부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의 시작부터 현재 모습, 게임들의 아트와 굿즈 등을 전시했다.
네포지토리(NEpository)에는 창작물이 가득하다. 출시된 게임부터 그렇지 못한 게임의 원화나 일러스트, 모델링 등 실제 작업물을 볼 수 있다.
게임개발 전 과정을 담은 영상물은 게임개발을 공부하거나 진로로 고민 중이라면 꼭 들러보자.
홈페이지에서 30분마다 예약 받고, 입장 30분 전까지 시간 변경이 가능하다. 당일 예약이나 현장 예약도 가능하지만 여행객이 몰리는 시기에는 3일 전에 해두는 것이 좋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