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이임광 대기자
  • Book
  • 입력 2025.04.04 17:50
  • 수정 2025.04.04 17:59

[산책] 시인이 된 정치인의 고백···신창현 시집 《이제, 당신이 계신 마을로 갑니다》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라
새들은 날기 위해 뼈 속을 비우고, 지나가는 바람이 빈 손을 채운다

신창현 지음, 공감의기쁨 펴냄
신창현 지음, 공감의기쁨 펴냄

그분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지

당신 폰의 내 이름이 웬수인 거 알아

저밖에 모르고, 공감할 줄 모르고, 화 잘 내고, 

잘 삐지며 어린애 같은 남편과

30년을 살아온 당신은 그러고 보니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와 같은 마씨네

자식이 웬수라는 그 자식들을 

자기 몸보다 더 사랑하는 당신

이 웬수 저 웬수 나누지 않고 

자기 손가락처럼 아파하는 당신

오늘도 웬수들을 위해 기도하는 

당신이 그분의 제자임을 고백합니다

(마누라에게, 12쪽)

 

저울 위에 올라가 교만의 무게를 잰다

1년 만에 3킬로그램이 늘었다

말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내 혀에 재갈을 물려 달라고 

아침마다 기도해도 줄지 않았다

상처 준 분들에게 사과했다

아직도 화를 내는 내가 부끄럽다

상처받은 마음들에게 미안하다

비만보다 무섭게 교만의 배가 나왔다

올해 안에 3킬로그램을 줄이자

상대의 잘못을 찾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자 

분노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비극적 표현이다

(교만의 무게, 16쪽)

우리 현대사에서 시인이 정치를 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 시인이 된 사례는 듣지 못했다.

'정치인' 신창현을 만난 건 12년 전. 총선을 앞두고 제2의 고향 속초에서 출사표를 던진 때였다. 《설악을 넘는 연어》 교정본을 들고 미시령을 넘어 도착한 새벽, 속초중앙교회 새벽기도를 다녀오는 '기독교인' 신창현을 보았다.

기도가 통하지 않았던 것일까. 낙천의 시련을 딛고 가족과 떨어져 속초로 양양으로 고성으로 카메라를 메고 3년 반을 걸었다. 속초 바닷가에서 만난 '사진가' 신창현은 그 많은 주민 손을 다 잡아본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도 기도가 부족했던 것일까.

역부족을 통감하고 10년 전 떠나온 의왕·과천으로 돌아가 벼랑끝 승부로 마침내 국회의원 신창현이 탄생했다. '복을 비는 것(축복)이 아니라 시련을 주신 이유를 묻는(회개)' 기도의 의미를 알았기에 가능했다.

환노위는 인기와 멀고 신창현은 스타를 꿈꾸지 않았다. 대신 어둡고 아픈 곳에서 빛과 소금이 되려 했다. 의정활동 중에도 시련이 찾아왔고, 정치인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이제, 신창현은 그분이 계신 마을로 돌아가려 한다. 신창현은 '시인'이다. 육식의 시대, 초식을 지향하고 파괴의 시대, 복원을 소망하고 교만의 시대, 겸손을 기도하고 원망의 시대, 아픔을 고백하고 불신의 시대, 믿음을 간구하는 사람이 시인이다.

친절한 남편과 따듯한 아빠가 되고 싶지만

자신이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임을 폭로하며

아내와 자녀들에게 늘 미안해하는 사람

건강한 그리스도인과 신실한 제자가 되고 싶지만

비만보다 무섭게 솟아나온 교만의 배를 탄식하며

"내 마음의 암"이 치유되기를 갈망하는 사람

내가 사랑한 당신은 나를 만드신 당신이 아니라

내가 만든 당신이었노라! 기어이 자백하며

"당신은 누구십니까?" 거듭 질문하는 사람

고통 없는 사랑, 용서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뼈아픈 말씀을 일용할 양식으로 먹고 마시며

사람이 성전이 되는 "새로운 출애굽"을 꿈꾸는 사람

상처 입은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기 위해 먼저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 비로소 다가오는

"내 안의 나"를 격하게 톺아보는 사람

주어를 내가 아닌 그분으로 바꾸며

그분이 내 손으로 시를 쓰실 때까지

생각을 비우고 조용히 기다리는 사람

질문이 시가 되고 응답이 시가 될 때 이윽고

슬며시 깨닫게 하시는 은혜를 간증하며

이제 당신이 계신 마을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신창현 집사님 시들이

주일설교 신앙훈련 일상생활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께 응답하는

기도이고 찬송인 것 같습니다

집사님의 눈부신 가을

그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축복하며

과천교회 하늘숲지기 주현신 기도손 모읍니다

(주현신 과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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