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 디디에 드로그바의 강력한 슈팅은 과거의 향수를. 루이스 피구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카카의 우아한 드리블은 혼을 빼갔다. 박지성은 변함없는 활동량으로, 안정환과 이천수는 축구 황금기를 재현했다.
칸나바로와 푸욜은 대지를 가르는 패스조차 불허하며 최강의 방패임을 증명했고, 반 데 사르는 나이를 무색케 선방했다. 야야 투레와 마스체라노는 여전히 태산 같았다.

진정한 감동은 후반에 차올랐다.
시간이 흘러 전설들의 다리에 힘이 빠졌다. 쓰러질지언정 끝까지 뛰었고 지친 다리로 끝까지 공을 쫓는 모습은 '울컥'했다. 거친 숨소리, 땀이 가득한 주름진 얼굴! 전설들의 경기는 결과보다 투지였다.

이날 상암에 모인 6만4,000 관중은 각자 다른 팀과 선수를 응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하나였다. 경기가 끝난 후 관중의 박수는 뜨거웠다. 고맙단 메시지가 경기장을 채웠고 전설들은 90도 감사를 전했다.
전설의 투지와 열정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축구가 문화와 언어가 됨을 실감했다. 흰머리는 늘고 체력은 줄어든 전설들이었지만 그라운드에 남긴 건 과거의 영광보다 현재의 감동이었다.

덕분에 가을밤은 따듯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소년도 전설을 보며 그때의 나처럼 축구 선수가 되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 한때 그 꿈을 꾸었던 어른들은 축구를 향한 사랑과 열정을 떠올렸으리라. '아이콘매치'는 세대를 연결하는 이야기였다.

축구를 간직하고, 또 다른 전설들이 만들어질 언젠가를 기대한다. 축구는 이룰 수 없기에, 더 빛나는 꿈으로 남아 있다. 전설들이 보여준 투지와 감동이 마음속 불씨를 지키고 있다.
축구는 매번 이길 수 없기에 삶처럼 아름답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