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은 2002년 월드컵, 넓은 잔디밭을 뛰는 선수를 보고 축구를 동경하게 됐다. 진로를 상상해 본 게 처음이었다. 친구들은 대통령과 의사 아니면 '김탁구'를 꿈꾸었다. 나는 박지성, 안정환, 이천수를 넘어 앙리, 피구, 드로그바, 토레스 같은 월드클래스 공격수를 그렸다.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곤 다른 꿈을 찾아야 했다. "행복한 걸 하라"던 어른들도 "재능 없인 취미일 뿐"이라 했다. 연습보단 학원을 가야 했고 중간고사 점수가 중요했다. 결국 '대통령'으로 타협했다.
어려도 그림의 떡인 줄 알았다.
축구화를 팽개치고 펜을 쥐었다. 그리고 지금 기자가 됐다. 축구를 사랑하냐 묻는다면 그렇다 말하지 못한다. 하지 못하는 걸 사랑까지 하면 상처다. 한 발 물러서
"좋아한다".

소년의 꿈은 그저 가벼운 성장통인가보다. "다시 돌아가도 축구선수를 꿈꾸겠느냐" 묻는다면 "그렇다" 할 것이다. 지금도 2002년 월드컵 영상 속 선수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
생활축구를 하면서 내성발톱 때문에 어쩌면 내 길은 아니었다 생각도 한다. 게임에선 다르다. 넥슨의 <FC온라인>에선 나도 전설들과 함께 뛴다. 가상현실에서도 전설은 쉽사리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디디에 드로그바가 FC온라인에 등장했을 때 함께 뛰고 싶었지만, 부지런히 게임머니를 모아야 했다.

게임 속 드로그바의 몸값은 현실에서만큼이나 높았다. 어렵게 손에 넣은 드로그바의 패스를 받고 골을 만들어가는 기쁨은 표현할 수 없다.
넥슨은 상암으로 전설들을 소환했다. 드로그바와 피구, 카카와 안정환이 픽셀잔디가 아닌 진짜 잔디 위에 서게 됐다. 축구선수를 꿈꾸게 했던 전설들을 보고 싶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