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오토바이는 더 타고 싶지 않았다. 눈 뜨자마자 콩카페를 찾았다. 홍대와는 다를 것 같았다.

호찌민 콩까페
호찌민 콩까페

맛 보고 싶은 커피는 다 주문했다. 솔트밀크콘덴스드·피넛버터·코코넛크림까지. 한국에선 디카페인만 마셨지만 여기선 '미친 외국인'이니까. 달고 진해 잠이 번쩍 깼다. 양이 적어 카페인 과다 섭취는 피할 것 같았다.

분보훼 맛집 호찌민 '코뉴'
분보훼 맛집 호찌민 '코뉴'

아직 끝내주게 맛있는 건 먹지 못했다. 첫날 시도한 현지 분짜보다 출국 전날 회사 동료들과 마곡에서 먹은 분짜가 훨씬 맛있었다.

아침에 길에서 먹은 반미(Banh Mi) 샌드위치도 입맛에 맞지 않아 지나가는 할머니께 드렸다. 여기와 알게 된 미국 친구는 '분보훼(Bun Bo Hue)'를 추천했다. 구글로 평점이 제일 높은 곳은 후미진 골목 끝에 있는 허름한 가게였다. 간판도 없고 페인트가 덕지덕지해 구글님이 없었다면 찾지 못했다. 외국인은 나뿐이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웨이팅'하는데, '미슐랭2024' 마크에 의심을 거뒀다.

베트남 아주머니와 겸상하고 미국 친구의 원픽을 주문했다. 드디어 한 입. 한 국에 들여와 장사하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육수와 면발이 감동이었다. 구글에게 감사기도를 드렸다. 

호찌민 미용실 체험
호찌민 미용실 체험

번화가로 나와 미용실에 들어갔다. 구글번역기로 '호찌민 여자 스타일'을 부탁했다. 4센티미터 정도 자르고 층은 내지 않았다. 1만 원에 서비스가 끝내줬다. 여자 헤어디자이너가 '페친' 요청까지 했다.

첫날 만난 기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도 "모신다"는데 부담스러웠다. 쿠치(Cu Chi)터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왕복 4 시간을 뒤에 붙어 있을 자신이 없었다. 벤탄시장이나 간다 했더니 "빈떠이(Binh Tay)시장이 훨씬 저렴하다"고 했다. 궁금하긴 했다. 

샴푸마사지 후 언짢은 표정으로 거울셀카

빈떠이시장에서 내리려 했지만 기사는 샴푸마사지를 꼭 경험해 보라고 해서 갔 다. 머리에 샴푸를 붓고 손톱으로 긁어주는데 기사는 시원하다 했지만 삼푸 거 품이 얼굴로 흘러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비누마사지도 눈과 코에 거품이 들어갔다. 서비스가 끝나고 주는 면봉 한 개. 속았다 싶었다.

기사와 손절하고 미슐랭 맛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아뿔싸! 기모후드티를 두고 한국으로 왔다. 반팔 차림으로 서울 거리를 활보하니 시선이 따가웠다. 베트남의 나는 한국의 나와 달랐다. 꼰대 편집인은 이 기사 초고를 보고 "오토바이를 왜 탔느냐?"고 야단쳤지만 용감해진 것 같아 좋았다. 나를 애지중지하는 외할머니가 이 기사를 읽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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