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홀로 해외여행은 처음, 호찌민도 처음이었다. "2주 뒤 호찌민 간다!"는 한마디에 조언이 쏟아졌다. 한 친구는 "전쟁 박물관과 쿠치터널을 놓치지 말라" 했고, 다른 친구는 '동남아 카카오택시' 그랩(Grab)을 설치하라고 했다. "호찌민 아파트엔 루프탑수영장이 딸려 있으니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라"는 친구도 있었 다.
공항에 들어서자 막막함은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짐을 부치고 탑승구 앞에 앉았는데 베트남말이 들렸다. 이들도 한국에 왔을 때 나처럼 설렘이 있었겠지. 떤선넛(Tan Son Nhat)공항에 발을 내딛자 무더운 공기가 훅 들어왔다. 화장실에서 기모트레이닝복을 벗어던지고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7월로 시간 여행을 한 느낌이었다.
바깥으로 나오자 피시소스향이 살짝 불쾌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마늘 냄새를 그렇게 느꼈을까. 동으로 환전하고 공항을 떠났다. 그랩에서 '호찌민 전쟁박물관'을 검색했다. 택시로 15분 거리였다. 야자수, 간판, 오토바이떼와 마주했다. 전쟁박물관에서 목도한 베트남전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심각한 고엽제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에어비앤비 아파트는 1박에 7만 원. 거실은 넓고 침실엔 발코니도 달려 있었다. 건물 내 헬스장과 루프톱수영장까지 갖췄다. 카페에서 내 또래 같은 서양 여자가 눈에 띄었다. 즉석에서 '친구 먹은' 바바라는 체코에서 왔다. "우리 방금 만난 거 맞아?" 하며 대화가 이어졌다. 나이도 같은데다 콘텐츠크리에이터라니 직업도 통했다.
오토바이가 인도까지 점령해 달리고 있었다. 한 대에 일가족 넷이 탄 모습도 흔했다. 3~4년 전 보건대학원 시절 다낭으로 견학 갔을 때 중환자실 환자 대부분이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해 있었다. 온몸에 멍이 들고 대소변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오토바이는 절대 타면 안 되겠다' 하자 바바라가 "한 번은 타봐야 한다"고 꼬셨다. 난생 처음 '그랩오토바이'를 타고 벤탄(Ben Thanh)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기사는 "저녁 8시라 시장이 문을 닫았다"며 "시내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다.
오토바이 탑승은 5분에서 두 시간으로 바뀌었다. 패키지여행처럼 '타세요', '내리세요' 하며 내 폰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여기가 어딘지 왜 유명한지 모르는 게 문제였지만 오토바이로 시내를 누비며 느끼는 바람과 화려한 야경, 거리 소음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