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면서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줄게. 꽐라가 돼 소파에 쓰러져 있어도 아무도 손대지 않는 곳으로." 

뚬이 말한 안전지대는 게이클럽이었다. 입장료는 10만 동. 5,000원밖에 안 됐다.

핼러윈 느낌의 귀엽고 화려한 놀이터 같은 곳에서 남자들이 여기저기 뒤엉켜 있었다. 애플힙에 핫팬츠를 입고 있던 남미 남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웃고 떠들며 춤을 췄다. 게이 친구들이 말을 걸어왔다.

크고 투명한 풍선들을 들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흡입하면 웃음을 유발한다고 한다. 메뉴에는 '해피벌룬'이라고 적혀 있다. 해피 벌룬의 정체는 아산화질소(N₂O)로 과흡입 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호찌민 게이클럽의 드랙퀸과 해피벌룬
호찌민 게이클럽의 드랙퀸과 해피벌룬

시간이 지나고 드랙퀸(Drag Queen)이 등장했다. 가슴이 훤히 비치는 검은 망사를 걸치고 있었다. 여자인 내가 봐도 가슴이 손으로 빚은 것 같았다. 목과 가 슴 색이 달라 플라스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뚬의 시선을 의식하고 "진짜인지 궁금해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더니 피식 웃었다. 낮술과 밤술에 모르는 남자의 오토바이를 타고 두 시간 넘게 달렸고 게이클럽에 드랙퀸까지. 오늘 할 일은 다 한 것 같았다.

뚬과 함께
뚬과 함께

새벽 1시에 일어나 거의 24시간 깨어 있었다. 뚬은 택시 타는 곳까지 배웅해줬다. 내 고향 부산이나 뚬의 고향 하노이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택시 안에서 바라 본 호찌민의 야경. 클럽의 열기와 오토바이를 타며 느꼈던 자유가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숙소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일탈. 타이밍이 찾아 왔고 난 그것을 붙잡았다. 인생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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