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목표가 1,500억 원인 야구단이 등장했다. 지난해 매출 1,300억 원을 돌파한 컴투스 야구게임단의 총사령관 홍지웅은 해외시장을 겨냥한 신무기 <MLB 9이닝스: 라이벌>도 실전 투입했다. 홍지웅은 수백만 구단주를 이끌고 있다.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처녀작 <컴프야2008>이 적자를 냈고 <컴프야2009>도 생각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세계 여성경영인 50'에 이름을 올린 박지영 당시 컴투스 대표는 "야구는 게임빌이 잘하는 것 같다"며 "다른 장르를 뚫는 게 낫겠다" 했다. 홍지웅은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야구밖에 없다" 배수진을 쳤다. '구원투수'만 올리면 이길 수 있었다. 경영진을 설득하고 설득했다. "마지막이다." 홍지웅은 연봉을 내주고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9회말투아웃에서 끝내기홈런을 쳤다. <컴프야2010>과 존재감을 각인한 한방이었다. 홈런포는 계속됐다. 국내시장 평정 후 <MLB 9이닝스>를 들고 해외시장에 출사표도 던졌다. 명장이 가는 길에 수백만 구단주도 뒤를 따랐다.

일을 벌여야 하는 사람이 됐지만 무작정 일을 만들진 않는다. 정해진 스케줄 안에서 합의된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모든 프로젝트의 일정을 한 번도 연기한 적 없다. V시리즈도 그렇고 <9이닝스 라이벌>도 플랜에 맞게 론칭했다. 타이트하게 일정을 진행하다 보니 제작본부 사람들한텐 미안하지만 이런 신조와 2006년부터 2008년까지의 경험들이 나를 만들었다."

계속 야구게임만 만들어 지칠만도 했을 텐데. "몇 년 전 팀원들이 주구장창 야구 프로젝트만 하니까 다른 게임을 몰래 만들어 봤다. 프로토버전이었는데 장르는 방치형 NFL게임이었다. 푸른잔디가 깔린 필드에 구장도 만들고 모델러를 한둘 꼬셔 선수를 만들어 집어넣었다. 유려하게 동작하는 버전까지 만들어 회사에 피칭까지 했는데 결과가 좋진 않았다. NFL게임은 EA가 꽉 잡고 있고 시장 규모도 작았다. EA가 300억 원 정도를 가져가면 나머진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선수 등록 비용도 비싸고 미식축구 장르는 한계가 있었다."

야구가 아쉬운 점도 있다. 프로리그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대만이 다다. 야구가 없는 러시아나 중국에선 야구게임도 안 하니 잠재 고객이 없다.

"대만이나 일본에 가면 전철을 타는데 <9이닝스> 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볼 때마다 뿌듯했다. 팀원들도 지하철을 타고 가다 <컴프야> 하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고 한다. 내리는 곳을 지나칠 정도로 쳐다봤던 경우도 왕왕 있었다.

팀원들이 부르는 별명도 있다. "'석유'다. 너무 오래 고여 있다고 그렇게들 부른다. 나 말고 다른 '석유'도 있다. 2009년부터 동고동락한 팀장이 있는데 15년 됐다. 주니어들이 불편해 하는 게 느껴져 주로 팀장이나 파트장을 챙기고 있다. 코로나 때 입사한 친구들은 회식도 못했는데 밥 한 번 같이 먹기도 힘들다."

임원은 열 명 정도다. 제작파트만 놓고 보면 <서머너즈워> 정민영 PD가 올초 전무가 됐다.

"회사 내규를 봐야겠지만 5회까지는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6회는 힘들 것 같다. 예전엔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도 좋지 않았고 어르신들이 직장 어디냐고 물어볼 때 게임회사라고 하면 안 좋게 봤다. 요즘엔 사회적 인식이나 환경도 좋아졌고 게임회사 라고 하면 애들도 좋아한다. 실적이 나오면 인센티브도 후해 격세지감이다."

성공하지 못한 개발자도 많다. 하룻밤새 스튜디오와 팀이 없어지고 회사가 망하는 곳도 있다. 다른 업종은 그렇게까지 급하게 없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시리즈를 꾸준히 출시하면서 <컴프야>만이 갖고 있는 도전과제, 성장구조 등 특유의 게임성, 시스템과 그래픽도 발전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유저들이 좋게 보고 있는 게 인기비결이 아닐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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