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버트 왓슨(Albert Watson)은 82세에도 매일 열정적으로 일한다. 한국까지 날아와 전시의 디자인 및 설계부터 참여한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전시장에 있었다. 평생 한 눈으로 세상을 봐야 했던 '외눈박이 아티스트'는 보이지 않는 눈 대신 카메라렌즈를 통해 세상을 완성했다.

왓슨은 1977년 <보그>의 첫 표지 촬영을 시작으로 프라다, 아르마니, 리바이스, 레브론 등 패면 명품 광고 사진을 섭렵했다. 보그와의 작업은 100회 이상의 표지작업 이외에도 해외판과 특별판을 포함하면 400회가 넘는다.
패션사진작가였던 그를 세계가 다시 주목하게 한 사진은 2006년 스티브 잡스의 사진이다. 사진을 찍을 때 그가 요구한 것은 "스무 명의 임원과 아침회의를 하는데 내 의견을 반대하는 그들 사이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확신에 차서 말하고 있는 본인을 상상하라"였다.
잡스는 "내가 매일 아침 겪는 일"이라며 자신했고 왓슨은 사진찍는 데 주어진 한 시간 중 20분 만에 사진을 찍어 잡스를 기쁘게 했다. 이 사진은 잡스의 천재성과 지성, 자신감을 포착했고 잡스 사망 당시 애플 본사의 부고 사진으로도 활용됐다.
롤링스톤즈의 25주년 특별판으로 촬영된 믹 재거의 사진은 표범을 먼저 찍고 필름에 표시된 표범의 눈동자에 믹 재거의 눈동자를 맞춰 이중노출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한 통의 필름 중 네 개의 점이 딱 맞아 떨어지는 사진이 한 장 나왔다. 이 사진을 찍을 때 표범이 정면을 응시하도록 왓슨이 머리에 고기덩어리를 얹었다고 한다.
믹 재거는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 개인 앨범 자켓으로 쓰고 싶어했지만 롤링스톤즈가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피사체를 대하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 왓슨이 5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사진철학이다. "촬영할 때 모델이 시장의 짐꾼이든 모로코의 왕이 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모두를 대하는 것이다."
피사체는 사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침팬치 캐시는 광고캠페인 첫 촬영을 하고 왓슨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왓슨은 다시 초대한 캐시가 자신을 미러링하는 것을 보았고 자신을 닮은 동작을 취하는 캐시의 콜라주 사진을 탄생시켰다.

필름 곳곳에 노장의 손길이 묻어 있다. 디지털 프린팅 대신 빈티지 필름을 활용한 수작업을 고집한다. "모든 과정을 수작업 한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인화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하나하나 내 손을 거쳐 컨트롤하며 내가 원하는 최종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 바라보고 카메라로 촬영해 사진을 인화하는 전 과정이다."
모로코의 골동품가게에서 찾아낸 고대의 종이 위에 찍어낸 사진이다. 왓슨은 모로코 왕자에게 의뢰를 받아 40일간 모로코에 머물며 자신의 마지막 아날로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모로코의 자연과 사람, 문화를 담아낸 사진들로 만들어진 사진집을 탄생시켰다.
왓슨은 모로코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휴가 때마다 머무른다. 이번 전시의 포스터로 사용된 소말리아 출생의 모델이자 여성인권운동가 와리스 디리의 사진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했다. 모델에게 붉은 색소를 입에 머금게 해 혀를 붉게 만들고 왓슨이 근처 문구사에서 사온 황금뿔을 머리에 꽂아 즉석에서 촬영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