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김영대 음악평론가
  • Column
  • 입력 2021.10.19 12:08
  • 수정 2023.12.01 18:35

[김영대 칼럼] K팝, 미국에서 길을 찾았다 〈2〉 스쳐가는 유행 정도로 가볍게 다루지 않길···

제작준비 중인 K팝 헐리우드 영화
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
CJ와 린다 옵스트, 윤제균의 〈K-pop: Lost in America〉
호주의 레벨 윌슨, 헐리우드 감독 데뷔작 〈Seoul Girls〉

일단 장르가 제법 다양하다. 〈스파이더 맨: 뉴 유니버스〉를 만들었던 소니픽쳐스는 〈K-pop: Demon Hunters〉라는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며, 〈K-pop: Lost in America〉는 CJ와 미국 제작자 린다 옵스트가 손잡고 윤제균 감독의 연출로 만들어질 로드무비다. 흥미로운건 두 영화가 모두 제목에 'K-pop'이란 단어를 명기해 셀링포인트와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안 음악이 스쳐가는 소재로 활용되거나 우스꽝스러운 문화로 언급되는데 그쳤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같은 변화임에 틀림없다. 단지 장르의 다양성만이 아닌 그것이 묘사되는 방식의 변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호주의 코미디언이자 유명 여배우인 레벨 윌슨의 헐리우드 감독 데뷔작이될 〈Seoul Girls〉는 K팝 걸그룹의 꿈을 좇는 미국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인데, '한국'이 아닌 '서울'이라는 로컬을 언급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미국 젊은이들의 '로망'으로서 K팝산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품이 공개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한국의 대중문화를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소식만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반세기 이상 글로벌리즘의 중심으로 대중문화의 정서 그 자체를 지배해 온 미국산업이 K팝이나 한국 대중문화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럼에도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미국 주류 산업이 K팝이나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더 이상 K팝을 스쳐가는 유행 정도로 가볍고 얕게 다루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위에 언급된 작품들 대부분은 한국 혹은 한국계 인력들을 동원해 만들어지고 있다. 

감독이나 기술을 담당하는 스태프들도 그렇지만 내용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계 작가들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화라 꼽을 수 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K팝에 대해 가장 정확한 이야기를, 가장 섬세한 방식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인들 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흑인 고유 문화를 백인들의 외부자적 시선으로 묘사하는 것이 비판받듯, 그들이 타깃으로 삼아야 할 대중이 K팝문화나 산업에 대한 가볍고 유치한 헐리우드식 변형 혹은 왜곡을 용납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끝》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가인 김영대 박사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대에서 음악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BTS: The Review》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를 썼고, 《미국대중음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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