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Lost in America. 'K팝, 미국에서 길을 잃다'라는 제목이 마치 잡지 기사에서 볼 법한 풍자적인 수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국 헐리우드에서 제작 중인 K팝을 소재로 한 영화 제목이다. 'K팝과 '아메리카'라는 두 단어의 낯선 공존만큼이나 어색한 상황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주류 영화산업이 드디어 K팝산업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몇 년간 개봉을 목표로 적어도 네 개의 다른 작품이 헐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리포트가 미국 현지발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소식만으로 이미 새로운 세상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BTS의 세계정복만큼이나 중요한 뉴스일 수 있다.
BTS 세계정복만큼이나 중요한 뉴스
아주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최근 5년 사이에 면면히 이어지는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BTS가 미국시장에서 깜짝 인기몰이를 시작했던 2017년 즈음,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는 K팝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졌다. "브로드웨이도 아니고 오프-브로드웨이의 공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묻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국 내에서 뮤지컬이 얼마나 백인 중심적이며 높은 문화적 장벽을 가진 산업인지를 말해주고 싶다.
한국인 감독이 집필하고 한국계 배우들이 연기한 이 뮤지컬은 대중적 성공과 함께 작품성을 인정받아 이제는 브로드웨이로 옮겨져 초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 사이 벌어진 BTS와 K팝 밴드들의 엄청난 선전을 감안하면 아주 놀랄 일도 아니다. 그리고 이제 그 흐름은 영화계로 확대되고 있다. 그것도 헐리우드의 메이저 프로덕션과 넷플릭스 등 주요 OTT 서비스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변화라는 점이 중요하다. 《계속》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가인 김영대 박사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대에서 음악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BTS: The Review》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를 썼고, 《미국대중음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