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임종룡 vs 2024년 우리금융 회장 임종룡
2008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임종룡 vs 2024년 우리금융 회장 임종룡

1998년 외환위기 때 재경부 금융기업구조개혁반장 임종룡은 자기자본비율(BIS) 8%를 못 맞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 공적자금 5조1,717억 원을 투입해 합병한 후 한빛은행을 거쳐 우리은행으로 재탄생시켰다. 그 공로로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에까지 오른 임종룡은 2009년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2010년 기재부차관에 발탁되면서 '금융계 제갈량'으로 불렸다.

2013년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했다. 덩치가 커져 일괄 매각에 실패하자 금융위는 계열사를 떼어 팔기로 했다. 우리아비바생명,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알짜 계열사는 물론 자기자본 2조4,000억 원과 순익 2,700억 원으로 상위권을 달리던 우리투자증권까지 팔아치웠다.

"지금의 농협금융은 제갈량을 데려와도 안 된다."

신동규 2대 회장이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빚고 1년 만에 사퇴하며 토로한 말이다. 2013년 취임한 3대 '제갈량' 임종룡은 달랐다. 우리투자증권 지분 37.85%를 비롯해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 등을 인수하면서 20%밖에 안 되던 비은행부문 매출을 급속도로 끌어올렸다. 그 사이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에서 수익의 10%나마 유지하던 증권과 보험마저 잃어버렸다. 임종룡은 자신이 탄생시킨 우리금융의 해체에 일조한 셈이 됐다. 

임종룡은 증권 전문가의 중요성을 중앙회에 강력하게 어필했다. 최원병 중앙회장도 '제갈량'의 뜻을 따랐다. NH투자증권은 IB(투자은행) 인가, 발행어음사업으로 커져 농협금융의 핵심이 됐다. 농협이 4대 금융과 경쟁할 수 있게 된 것도 NH투자증권 덕이 크다.

인연인지 악연인지 2023년 임종룡은 우리금융 회장을 맡았다.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순익 3,147억 원 차로 따라붙고 있었고 '제갈량'은 비은행 강화, 계파 갈등 극복, 내부통제 등 숙제가 산더미였다.

'관료' 임종룡은 정부의 명(命)으로 우리금융을 일으키고 넘어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넘어뜨린 우리금융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경영자' 임종룡은 오롯이 자기 힘으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과거의 임종룡'과 '현재의 임종룡'이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2년이 넘도록 승전보는 들리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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