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장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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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23 10:12
  • 수정 2024.10.23 10:48

김지현 인터뷰② 피·땀·눈물이 빚어낸 《대화의 품격》

꿈이자 도전이었으며 때론 실패였던 방송
삶과 일과 꿈, 끼와 땀과 눈물이 빚어낸 결과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관계에서 오는 기회들이 삶을 만들죠. 원하는 걸 얻고 싶으면 상대의 마음을 열어야 해요. 평판을 염두에 두고 손절도 막무가내로 해서는 안 되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으니 거리를 둬야지, 맞짱을 뜨면 곤란해요."

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새로 알게 된 후배의 추천으로 '경북매거진' 진행도 맡았다. 1년 후, 토크 쇼 MC까지 맡게 돼 7년째 진행 중이다. '포항의 유퀴즈' <톡톡동해인>은 11년 넘게 방영 중인 주말토크쇼다. 지역 명사와 화제 인물을 초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초기에 출연한 박대성 화백은 10주년을 맞아 다시 초대됐다.

박 화백은 이건희컬렉션과 '1억 작품 밟은 아이' 이슈로 조명을 받는 등 한국화 거장으로 세계적 반열에 올라 있었다. "한 팔로 그림을 그리는 무학(無學)의 화가, 그의 삶은 숭고합니다." 

5년 전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을 초대해 회사를 소개한 적이 있다. 방송 후 에코프로는 급성장했고 주가도 치솟았다. 주변사람들은 '왜 에코프로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농담을 했다.

"김지현은 시사, 문화, 역사, 예술, 과학기술, 스포츠 등 어떤 분야의 명사와도 인터뷰를 손원고(진행자가 손에 들고 있는 스크립트) 없이 진행한다. 로봇연구원장을 인터뷰할 땐 국내 로봇연구소 실태까지 사전에 취재했다.

"출연자와 해당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파악하고 온몸의 안테나를 세워 출연자와 교감합니다." 김지현은 라디오 진행 중 청취자 사연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 사연을 듣고 눈물을 참지 못했어요. 몇 초간 침묵이 흘렀고 두서없이 몇 마디 위로로 마무리 했죠." 

청취자들에게 마음이 전해져 '따듯한 아나운서'라는 소리를 들었다. 김지현은 출연자를 비추는 거울이 돼 출연자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김지현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독서와 공부, 검색과 사색으로 지식과 지혜를 얻는다.

《대화의 품격》은 공백기에 대화법, 설득, 협상 등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정리한 것이다. 김지현에게 방송은 취미이자 특기이고, 꿈이자 도전이었으며 때론 실패였다. 이 책은 김지현의 삶과 일과 꿈, 끼와 땀과 눈물이 빚어낸 결과다. 받아쓴 걸 그대로 읽는 뉴스의 시대, 대본에 의존하는 토크쇼의 시대, 김지현은 심금을 울리는 대화를 설파한다.

'여자 아나운서는 어릴 때만 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깼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던 공백기에 얻은 교훈에 감사하죠. 스물넷 땐 방송이 테크닉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고 주변을 돌보지 않았던 거죠." 

고군 분투하며 얻은 처세술을 토크쇼에서 만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서 확신하게 됐다. 머릿속에만 남겨두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책을 쓰기로 했다. 의도가 진실하면 말과 행동은 서툴더라도 힘이 세다. 대화에서 논리보다 감정이 중요하다. 감정은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경청은 표현보다 진실성이다.

"인생은 저마다의 이유로 복잡하고 심오합니다. 영혼 없는 리액션이 아니라 진심 어린 호기심으로 경청해야 하는데 대부분 상대의 감정이나 의도를 속단해 버리죠. 상대를 아는 것은 눈곱만큼도 안 된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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