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자기는 서양의 가방보다 유연하고 포용적인 한국적 모티브죠."
전통 보자기의 색과 결을 회화로 재해석하는 김시현 작가는 보자기를 오브제를 넘어 시대를 아우르는 시각언어로 탐구한다.
"가방은 형태가 고정돼 있지만 보자기는 싸는 물건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죠. 없으면 평면이 되기도 해요. 감싸고 덮고 매는 이 소재는 여성성과 모성애의 상징입니다."
어린시절부터 그림에 몰두한 김 작가는 홍익대에서 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외에서 36회의 개인전과 500회 이상의 기획전에 초대된 베테랑 아티스트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고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실렸다.




5월 24일부터 시작되는 개인전 '보자기, 오늘을 품다'는 김 작가의 미학적 사유를 감쌌다.
"작품 속 보자기에는 제가 담고 싶은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그게 무엇인지는 관객이 상상하게끔 열어두었습니다."
제작 과정은 녹록치 않다. 천으로 보자기를 만들고 캔버스 밑그림부터 페인팅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작품도 많다. 색동무늬나 올오버페인팅은 더 오래 걸린다.
대표작은 동백꽃 자수가 새겨진 어머니의 이불보에서 영감을 받았다.
"엄마의 장롱에서 발견하고 너무 아름다워 보자기로 다시 태어나게 했어요. 제게는 가장 특별한 작품이에요."
김 작가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KIAF)'를 비롯해 홍콩, 독일,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아트페어에도 초대됐다. 파리 샹젤리제 시슬리 본사에서도 전시했다.
"K팝을 넘어 K아트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졌어요. 한국 미술도 주목받고 있어요."
'보자기'라는 한국적 이미지 안에 세계와 소통하려는 열망을 '감싸는' 김 작가는 오늘도 관객과 '매듭을 매듯' 소통한다.
'보자기, 오늘을 품다'전은 부산 기장군 갤러리한스에서 6월 21일까지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