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영화계에서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
2023년 해외에서 53관왕을 기록한 영화 <그대 어이가리>가 일본 열도 곳곳에서 재조명받았다. 국내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심에는 일본 배우 마츠오모모카(松尾百華)가 있다.

"영화가 사람을 바꾸더라고요. <그대 어이가리>를 본 순간,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을 소홀히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가족을 우선순위로 두게 됐죠."
1997년 후쿠오카 출생. 도쿄학예대학 교육지원학과에서 '예술교육'을 공부한 마츠오는 예술의 소프트파워를 믿고 배우의 길을 택했다. 5년 전부터 연기를 시작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대 어이가리>와의 인연은 우연처럼 시작됐다. 히비야도서관에서 영화 상영을 돕던 중 이창열 감독과 만났다. 작품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열도의 13개 도시를 직접 뛰었다.
"배급 경험은 전무했지요. 영화가 가진 울림이 언어와 국경을 넘는다고 믿어 '하는만큼 해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마츠오는 일본 전역의 영화관, 문화기관, 독립상영관을 찾아다니며 <그대 어이가리>를 소개하고 상영을 추진했다. 도쿄·오사카·시즈오카·오카야마·교토 등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사명감에 최선을 다했다.
"죽음을 앞둔 부부의 진심과 판소리의 감동은 일본인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잊고 있던 삶의 순간과 가족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숨 막힐듯 현실적이라 진실합니다."

마츠오 씨는 한국을 자신의 일부로 정의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한국의 정(情)문화가 좋아요. '정'이라는 감정은 일본에는 없는 정서예요. 한국에 오면 친구들이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아줘요."
STAGE ON ME 페스티벌에서 일본어 MC 및 통역으로 참여했다. 수준급 노래 실력으로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중이다. 창작 오페라 뮤지컬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이상화 시인을 연기했다.

"영화는 저를 세상과 연결시켜줘요. 언젠가 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영화와 음악, 문화와 언어, 그리고 무대와 관객 사이의 최전선에서 전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