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고호경 칼럼니스트
  • Column
  • 입력 2024.12.24 10:10
  • 수정 2024.12.27 17:56

[노가리 고호경의 500c씨네] 〈베테랑 2〉 액션 장인 류승완과 황정민·정해인의 만남

1인방송시대 1인칭액션

 

류승완만큼 관객과 밀당을 잘하는 감독이 있을까? 탄탄한 각본을 토대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열연, 수준급 액션, 선명한 주제의식까지. 특히 <베테랑2>에서 관객을 현장으로 끌고 들어가 뛰고 구르고 패대기치는 3D 1인칭액션신을 보면 돈 내고 극장에 온 보람이 있다.

1인방송시대 너도 나도 카메라가 되고 감독이 된 듯한 편집도 돋보인다.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남산과 약쟁이 소굴에서 벌이는 추격신과 격투신은 압권이다. 장르영화 특성상 자칫 무거워질 찰나에 툭 하고 던지는 유머는 볼거리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며 '오락영화는 이런 것이다' 하고 모범답안을 던지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빌런의 부재다. 범죄도시에 장첸(윤계상)이 있다면 <베테랑1>에선 조태오(유아인)가 있었다. 할리우드까지 가면 <다크나이트>(2008)에 조커(히스 레저, Heath Andrew Ledge)가 있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8)에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Javier Bardem)가 있다. 모두 무지막지한 절대악이다. 그들에겐 어떤 응징도 아깝지 않다.

관객은 서도철과 마석도가 악마들을 처단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빌런의 파토스(pathos)를 압살하는 사필귀정(事必歸正)! 하지만 <베테랑2>에서 악의 처단은 마음 한구석에 '해치'를 꿈꾸는 관객의 몫으로 넘겨 버렸다. 빌런은 어쩌면 전 소장(정만식)이 아닐까? 출소 날 성경책을 끼고 나와 죗값을 치렀다며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피신한 경찰숙소에서 "인권" 운운하는 꼴은 가증스럽다 못해 누가 대신 죽여줬으면 좋겠단 생각까지 들 정도로 해치와 관객은 공범이 된다.

〈베테랑2〉_스틸컷 / ⓒCJ ENM
〈베테랑2〉_스틸컷 / ⓒCJ ENM

전편에 비해 빛 바랜 조연들의 활약도 아쉽다. 미쓰봉(장윤주), 오 팀장(오달수), 왕 형사(오대환), 서도철 아내(진경분)까지 전편에서 극을 재미있고 다채롭게 만들었다. 그들의 무미건조한 활약상이 큰 흐름을 방해하진 않았지만 '쫀쫀한' 서사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주부도박단 검거로 시작되는 도입부다. <007>시리즈의 시그니처인 휘황찬란한 액션 시퀀스를 오마주 하려는 의도였을까? 그랬다면 극의 흐름과 연관 있는 사건을 파헤치는 설정으로 갔어야 했다. 주부도박단 검거는 그냥 "자, 이제 <베테랑2> 시작한다"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아쉬움에도 류승완은 여전히 한국 영화산업의 정점에 서 있는 감독이다. 전작 <밀수>(2023)와 <모가디슈>(2021)도 흥행과 평단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않았던가. <베테랑2>에서 선보인 액션의 비약적 발전도 수많은 감독의 귀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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