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은 음란물 수준, 역겨운 게임들 많아"
"게이머와 사회인의 시선은 다르다"
"(게임장면에 등장한 문어를 가리키며) 성행위를 연상시킨다"
"<블루아카이브>는 중학생에서 보여줄 수 없기에 성인게임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은 작심한 듯 쏟아냈다. 논란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심의기관의 모습에 이용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소수의 매체만 선정해 진행된 게관위 기자간담회는 끔찍했다. 심의 제도 개선에 대한 사과와 당부 대신 막말과 게임 이용자를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게이머와 개발자에게 돌렸다.

경악스러운 장면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 스팀에 대해 '음란물' 같고 역겨운 게임이 많다는 입장을 내놓은 건 게임 관련 일을 하는 종사자로서 할 수 없는 올해 최악의 막말이었다.

스팀에서 성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5%도 안된다. 게관위 관계자들은 스팀에 대해 편협된 시각은 물론 성인들이 즐기는 게임조차 부정하는 어이없는 인식 수준을 보여줬다.

논란이 된 <블루아카이브>에 대해서는 해변가에 있는 소녀 캐릭터에 문어가 달라붙은 장면을 가리키며 "여기서 문어가 미끌거린다는 건 성행위를 연상"이라고 언급, 모두를 당혹게 만들었다.

문어를 성행위에 연관시킨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를 기준으로 청소년 이용불가를 때렸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어떤 성행위도, 자극적인 묘사도 없었던 장면은 성행위로 간주했다는 건 과연 일반적인 상식에서 나온 말인가 의심스럽다.

게관위가 언급한 〈블루아카이브〉 이즈미 캐릭터 메모리얼 장면
게관위가 언급한 〈블루아카이브〉 이즈미 캐릭터 메모리얼 장면

문제는 이 부분에서 제대로 된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게관위 기준이면 문어가 사람 몸에 붙어 미끌거리는 장면이 담긴 모든 게임은 청소년이용불가 딱지를 맡게 된다.

게이머와 사회인의 시선이 다르다는 점은 더 황당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즐기는 인구는 약 2,000만 명이 넘는다. 10대에서 50대 이상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며 남녀 비율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관위 판단대로면 약 2,000만 명은 사회인도 아니고 잘못된 시각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게 관계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막말에 가깝다.

그렇다면 게관위가 일으킨 논란에 대해 상식선에서 접근해보자. 2014년 1월에는 부장급 임원이 여직원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상습적인 추행을 하다 적발되자 사표를 제출하고 나갔다. 이에 대해서는 징계나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2014년 7월 게관위 남성 직원이 회식 후 노래방에서 다른 남성 직원의 하의 지퍼를 내리고 거기에 휴지를 넣어 뽑아내는 행위를 저질렀다. 이 자리에는 간부와 여직원도 있었다.

2017년부터 구축해온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에 5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해 만들었으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예산은 전부 소진됐으나 용역업체가 게관위로 '절대로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

올해 8월 게관위 위원 중 한 명이 사내 PC망을 이용해 암호화폐 채굴에 나섰다가 적발됐다. 해당 위원은 10월 말 인허가되지 않은 개인 노트북 2대를 이용해 다시 사내에서 암호화폐 채굴에 나섰다 적발됐다.

유사 사행성 게임 〈바다신2〉 모습, 게임위 심의 기준에 맞춰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유사 사행성 게임 〈바다신2〉 모습, 게임위 심의 기준에 맞춰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유사 사행성게임 <바디신2>가 이용자가 직접 조작하고 순발력을 요구하는 실력이 필요한 게임이라고 언급했다. 사람 눈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속도로 지나가는 걸 찍는 방식을 우린 '무작위' 확률이라고 한다.

이용자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방적인 통보였고, 이용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게관위의 편협한 시각이 소통이란 의미를 퇴색시킬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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