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한 관객이 티겟발매기 앞에서 볼 영화를 찾고 있다.
극장에서 한 관객이 티겟발매기 앞에서 볼 영화를 찾고 있다.

[글로벌E 김동현 기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영화의 추락은 끝을 모를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서양 작품에 밀려난 것도 서러운데 천정부지 오른 티켓값이 부진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겪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극장이 선택한 해소 방안은 요금 인상이었다. 대형작품 공개와 함께 1,000원부터 5,000원까지 상승한 가격은 커뮤니티에 논란이 될 정도로 뜨거웠다.

그것도 부족했을까. 인상은 또 이루어졌다. 어느새 보니 1만5,000원이다. 아이맥스나 3D영화는 2만 원이 훌쩍 넘고, 주말 브런치는 2만7,000원이나 된다. 두 명이 아니라 한 명 가격이다.

여기에 팝콘이나 콜라 같은 먹거리까지 사면 4~5만 원대까지 올라간다. 5년 전만 해도 할인카드나 결합 등을 이용해 인당 7~8,000원에 보던 것을 생각하면 올라도 너무 올랐다.

비용증가는 자연스럽게 까다로운 선택으로 이어졌다. 더 적게 볼 수밖에 없으니 선택에서 '확실한' 카드만 찾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매정해진 건 아니다. 예전이라면 그럭저럭도 볼만한 영화도 입소문을 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애매하면 넘긴다. 2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낭비'할 수 없는 것이다.

OTT의 다양화도 한몫했다. 티켓 한 장 가격보다 저렴한 비용이면 드라마까지 포함해 수백 종의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화면만 극장보다 작을 뿐이지 편의성과 저렴함의 매력은 더 크다.

관객이 사라진 건 아니다. <퍼스트 더 슬램덩크>부터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작품은 입소문에 300만을 넘겼다. 두 작품이 세계적인 히트작은 아니다. 수요층이 확실한 작품이다.

한국영화는 대부분 '대중적'이다. 일반관객들에게 먹힐, 주말에 여가를 보내는 평범함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 한 평론가의 "여기가 만만한가"라는 평가를 받은 <웅남이>가 대표적이다.

한 때는 일요일 밤을 책임졌던 KBS의 <개그콘서트>를 보던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이었다. 대안도 없었고 아쉬운 주말에 습관처럼 봤던 것 같다.

코로나19 전 극장가를 가던 이유도 그랬다. 영화가 나오면 8,000원을 주고 봤다. 다음 날 회사에서 <개그콘서트> 이야기를 하듯 새로 나온 영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티켓값이 훌쩍 오른 지금, 영상 콘텐츠가 넘치는 요즘, 영화나 드라마의 정보를 검색 한 번으로 다 찾을 수 있는 상황에 한국영화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너그러운 관객은 더 이상 없다. 마니아들 마냥 꼼꼼해졌다. 그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영화 수준의 질을 당장 '할리우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그들이 좀 더 너그러워질 기회를 줘야 한다.

관객이 만만한가. 소비자는 그만큼의 돈을 써서 합당한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 한국영화계와 극장 모두 다시 고민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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