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김동현 기자
  • Game
  • 입력 2022.11.10 21:18
  • 수정 2022.11.10 21:24

게관위 심의 논란, 정의롭다는 착각이 쌓은 바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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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진행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기자간담회에서는 많은 말이 나왔는데, 이를 여러 차례 자세히 확인해봤다. 그 안에서 현재 게관위가 왜 이용자와 갈등을 겪고 있는지, 심의에 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삼국지> 게임을 즐겼다는 김규철 위원장은 스팀 성인게임에 대해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때 한 말을 그대로 옮겼다.

논란 자처한 게임위, 심사위원 중 게임 전문가 無
논란 자처한 게임위, 심사위원 중 게임 전문가 無

"거기(스팀)에 올라오는 (성인) 게임들을 보면 거의 포르노 수준으로 올라온다.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중략) 게임에 대한 이해야 다를 것이지만 올라오는 것을 보면 역겨운 것들이 있다"

이런 말도 나왔다. 간담회 전 15세 이하 학부형 모임을 갔는데 그런 집단에서 컴플레인을 많이 했다는 대목이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선정성이나 폭력성 기준 등을 놓고 주관적이냐, 그렇다고 정말 객관적으로 하느냐라고 하면 그건 답변 못하겠다. 그런 부분들이 자의적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 이유는 해외 심의 기구의 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해가 될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개발사나 소비자, 심의기관 모두 피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게임 이용자가 아닌 학부형의 의견과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편협된 생각도 문제인데 자신들 심의 합리성을 보수적인 집단의 의견에 맡겨놓으니 당연히 한쪽으로 쏠린 판단만 나올 수밖에 없다.

게임 이용자나 전문가를 믿지 않고 그들의 목소릴 묵살하는 이유도 언급됐다.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 때 어떤 의도를 가졌고, 그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을 당연히 낮은 등급 신청할 것이라는 시각이 전재에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의 전문가 발언 부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학과 교수도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게임 업계에서 전문가를 갖출 수 있겠지만 이게 업체와 이익관계가 있을 수 있다. 고민되는 것은 이러한 것들이다. 정말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들이다"

게관위는 게임 전문가를 믿지 못하고 그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등급을 부정적으로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전문가 초빙, 위원 추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신들조차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걸 인정한 상황이다.

그래서 심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 콘텐츠가 어떤 형태로 가든 심의 기준이 명확하면 여기서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객관적 자료 내에서 맞다, 아니다가 제대로 나오면 분쟁이 줄고, 개발사는 원하는 등급을 얻기 위해 이를 넘지 않으려 애쓰게 된다.

미국의 경우는 게임사가 모여 만든 단체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SRB)'가 맡는다. 게임사가 스스로 기준을 정해 이로 인한 이용자 피해와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김 위원장 발언대로 하면 이곳은 서로가 공동을 이익을 위해 주관적으로 심의를 내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 생각과는 아쉽게도 완전히 반대다. 게임 개발사는 서로를 견제하며 심의 기준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공기관 같은 나라의 심의기구가 탄생하면 창의성과 자율성을 탄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지키고 이런 제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서로가 감시자 역할을 자처, 풀어내고 있다.

우려하는 등급 경계에 있는 애매한 게임이라는 표현도 현재 게관위의 심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2006년부터 등급분류를 진행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전체 게임물을 대상으로 등급분류를 했다. 그때부터 쌓인 표본들이 있고 99% 정도의 게임은 그 기준에 부합해서 등급이 나간다. 다만, 사례로 나온 게임처럼 등급 경계에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에서 게이머와 사회적인 시선 사이에 갭이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태가 알 수 없는 심의 결과다. 과도한 폭력성과 선혈 표현, 음주, 마약류 사용 같은 콘텐츠가 포함된 <림월드>는 15세를 받았다. 이 게임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판매 금지된 게임이다.

심각한 신체 훼손과 고문 같은 폭력 요소가 즐비한 <크루세이더 킹즈2>는 12세로 나왔고, 인간을 산 채로 가죽을 벗기고 식인을 하는 신체 훼손이 자주 나오는 <켄신>도 15세이용가를 받았다.

<블루아카이브>도 비슷한 상황이다. 실제 게임이 아닌 2차 창작물에서 언급된 요소들로 등급을 상향했다. 이용자들은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과 의식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간담회 진행 동안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예산 부족과 직원들의 노고를 펌하하는 일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자신들이 하는 '정의로운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천국에 닿으려고 바벨탑을 쌓은 오만한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다. 게관위의 문제 해결은 스스로 정의롭다는 착각을 버리고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성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부터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내고 게임산업 육성과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업기반 시설 확충부터 인재 육성, e스포츠 활성화, 게임제작, 유통 지원 등도 이루어진다. 시대적 변화가 만든 풍경이다. 문화로 바라보는 시선, 게관위 임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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