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희·조해진·임솔아·이승은·오수연·박서련·권여선·강영숙 지음 | 강 | 14,000원
하명희·조해진·임솔아·이승은·오수연·박서련·권여선·강영숙 지음 | 강 | 14,000원

 

작가의 말

하명희 | 십일월이 오면
"내가 꺼내놓은 비밀은 울음을 낳을 수 있을까. 십일월이 오면 '눈이 오네요'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울지 못한 말을 당신에게, 나의 당신에게 아주 조금씩 천천히."

 

조해진 | 혜영의 안부 인사
"생김이나 이름은 잊혀도 소설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나 국어국문과에서, 가끔은 독립서점과 시민 대상 교육기관에서 합평 작품이 되어준 누군가의 소설들··· 그 소설들은 어디로 갔을까."

임솔아 |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가끔은 친구들과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가끔은 아무리 멀어지더라도 함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승은 | 피서본능
"폭우가 쏟아지는 산악 도로. 차 한 대가 달리고 있다. 차 안의 부부와 아이 한 명이 프레임 안으로 등장한다. 차는 곧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린 남자와 아이를 안고 선 여자의 얼굴을 카메라가 비춘다."

오수연 | 솥
"자신이 일으켜 세운 제국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릴 때 장광제가 지었을 표정은, 인간 각자, 의식이 있는 생명 하나하나가 언젠가는 지을 표정이다."

박서련 | A Queen Sized Hole
"내가 욕망하는 것들이 내게 구멍을 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관이 구덩이를 필요로 했듯이."

권여선 | 기억의 왈츠
"과거의 소란과 현재의 적요가 순식간에 달라붙어, 동전의 앞뒷면처럼 내 안에 공존하게 되는 동시성이 종종 나를 혼란에 빠트립니다. 그 찰나마다 다른 삶들이, 이제는 살아낼 수 없는 삶들이 자꾸 태어나니까요."

강영숙 | 남산식물원
"2006년에 없어진 남산식물원은 내게 솔라리스 같은 장소였다. 조금은 불투명한 두꺼운 유리로 만든 팔각정 형태의 건물 안에 잎이 크고 건강한 식물들이 가득했다. 그 식물들의 호흡에, 리듬에, 생기에 무작정 기대고 싶은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여덟 작가가 독자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을 소재로 한 두 권의 테마소설집을 냈던 강출판사에서 《여덟 편의 안부 인사》가 출간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으로 전체를 묶는 테마나 특정한 배경을 갖는 대신, 팬데믹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조해진의 〈혜영의 안부 인사〉에는 자신이 원했던 꿈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는 삶을 살고 있는 인물들인 혜영·주원·선아가 등장한다. 혜영은 선배의 시집 낭독회에서 휴대폰 매장의 점원과 손님으로 마주친 비슷한 처지의 대학 동창 주원에게 안부 편지를 쓴다.

혜영은 찬우 선배의 시집을 열어 여백에 썼다.
주원아.
왜.
실은 오늘 하루 종일 말하고 싶은 게 있었어.
뭔데?
뭔데···.
혜영은 더 이어 쓰지 못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우리가 어떤 과정 속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혜영은 그렇게 묻고 싶었다. 주원이 곁에 있었다면 무슨 과정을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을 테고, 혜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한 채 허공 속에서 열망의 형태가 천천히 윤곽을 드러내길 기다렸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내는 과정. 잠시 뒤 혜영은 다시 썼다. 어떤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그 시간이 문장으로 남을 수만 있다면 사는 건 시시하지만은 않겠지, 그렇지?

_조해진, 〈혜영의 안부 인사〉

소설집의 제목 '여덟 편의 안부 인사'는 이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지금이 어떤 과정을 지나는 시간이기를 바라며 막막하지만 자신들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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