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이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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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8 16:36
  • 수정 2021.09.19 17:06

[2021 우수출판콘텐츠] 《쉬땅나무와 나》···하보경 시인 첫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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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보경 지음 | 한국문연 | 10,000원
하보경 지음 | 한국문연 | 10,000원

 

추천사_원구식 시인

하보경의 말에 의하면, 이 시집은 새의 길이며 구름의 말이다. 바람처럼 멀리 가는 시이며, 억압에 저항하는 자유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오는 그녀의 시와 문장에는 자연의 서정과 동경과 경이가 녹아 있다. 하보경의 말에 의하면, 이 시집에는 어진 사람들과 수많은 나무들과 바위들과 계곡의 물, 그리고 형태와 목소리가 다양한 동물들이 가득하다. 최근에 나는 이런 시집을 본 적이 없다.

한국문연에서 《쉬땅나무와 나》가 출간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으로 하보경 시인의 첫 시집이다. 하 시인은 2014년 〈시사사〉로 등단했으며 2020년 제6회 시사사작품상을 수상했다. 

하보경의 시는 흔히 서정시라 일컫는 수다한 시들의 전통에 속하나, 무언가 다른 지향성을 갖는다.

우선 에두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직설하면서 불편한 긴장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은 흘러가고 대상을 감싼다.

하보경의 시는 동일화를 거부하면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주의 문학처럼 세계를 변증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서정을 21세기의 특징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보경 시의 서정에서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것은 멜랑콜리인데, 서정이 판타지를 흡수했을 때의 유려한 웃음이 나타나기도 한다.

몇몇의 시편들은 멜랑콜리의 성공적인 시화(詩化)를 보여주고 있으며, 시인이 세계와의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를 완전히 흡수라고 가역하면서도 동화되지 않는 특이한 상황을 연출해낸다. 이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뤄낼 수 없는 것이다.

하보경 시인의 서정에는 '멜랑콜리'라는 미학과 윤리가 명징하게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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